이동통신 3사가 정부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에 잇따라 뛰어들며 AI 플랫폼 주도권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AIDC) 등 인프라 사업을 넘어 산업 특화 AI와 대국민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시대 플랫폼 주도권을 구글과 애플 등에 내줬던 통신사들이 AI 시대에는 이용자와 서비스가 만나는 접점을 직접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3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정부의 주요 AI 사업을 주관하거나 컨소시엄에 참여해 모델·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국가 ‘AI 두뇌’를 개발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와 전 국민 AI 서비스를 만드는 ‘모두의 AI’, 고도화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사이버 보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모두의 AI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포함된 LG 진영은 SK텔레콤 컨소시엄과 보안 특화 AI 사업을 놓고 맞붙었다.
통신 3사는 이들 사업을 발판으로 AI 풀스택 사업자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각 사는 앞서 AIDC와 클라우드, 네트워크 등 AI 인프라 투자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여기에 보안 등 산업 특화 AI를 더해 기업 간 거래(B2B) 상품을 확대하고, 모두의 AI를 통해 소비자 서비스까지 겨냥하는 모습이다. AI를 구동하는 기반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모델과 서비스까지 아우르며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모두의 AI는 통신사들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AI 플랫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AI 서비스가 검색형 챗봇을 넘어 일정관리와 예약, 공공서비스 등을 알아서 처리해 주는 에이전트로 발전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대신하는 새로운 이용자 접점이 될 수도 있다. 이용자가 AI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는 환경에서는 어떤 AI 플랫폼을 쓰느냐가 포털이나 앱만큼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통신사는 이 경쟁에서 기존 사업 기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대규모 가입자와 네트워크, 고객센터 운영 경험을 갖춰 B2C AI 서비스 전문성이 높은 데다 통신망과 보안관제, 공공·민간 시스템 구축사업을 맡아와 B2B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사들이 AI 플랫폼 경쟁에 나서는 데는 스마트폰 시대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위기의식도 깔렸다. ICT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데이터만 보유한 채 분석과 서비스 영역을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에 넘기면 스마트폰 도입 당시와 비슷하게 시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보급과 네트워크 구축을 주도하고도 모바일 플랫폼 주도권은 운영체제(OS)를 장악한 구글·애플 등에 내준 바 있다. AI 시대에는 데이터와 모델, 서비스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 사업 참여 자체가 AI 경쟁력으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 글로벌 AI 서비스는 이미 소비자와 기업 시장에서 이용자 기반을 확보했고, 에이전트 기능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이 정부 사업을 통해 확보한 모델과 인프라를 실제 서비스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게 핵심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실제 이용자 접점에서 경쟁할 기회를 확보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글로벌 빅테크와의 단순 성능 경쟁을 넘어 얼마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