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5% 올랐다는데…”
금값은 한 달 새 5% 가까이 뛰었지만 7월 말 같은 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투자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달랐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 넣었다면 43만원가량을 벌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도 비슷한 수익을 냈다. 은행 금 통장인 골드뱅킹은 절반 수준인 21만원에 그쳤다.
같은 돈으로 실물 금을 샀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 달 만에 되팔았을 때 손에 남는 돈이 오히려 88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금값이 올랐는데도 120만원을 잃는 셈이다.
차이를 만든 건 금값이 아니다. 세금과 거래비용, 살 때와 팔 때 적용되는 가격이 애초부터 다르다는 데서 벌어진 격차다.
◆KRX 금시장, 1000만원이 1043만원으로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의 금 현물 99.99% 1㎏ 종목은 지난달 31일 1g당 19만6480원에 거래를 마쳤다. 7월 31일 종가인 18만7460원보다 4.81% 오른 가격이다.
7월 31일 종가로 1000만원어치 금을 샀다면 53g을 살 수 있고, 매입대금은 993만5380원이다. 매수·매도 수수료를 각각 0.22%(온라인 기준)로 잡으면 매수 수수료를 내고 남는 현금은 약 4만2762원이다.
한 달 뒤 53g을 전량 매도하면 매도대금은 1041만3440원이 된다. 매도 수수료를 뗀 뒤 남겨둔 현금을 합치면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1043만3293원이다. 수익은 43만3293원, 수익률은 4.33%다.
KRX 금시장이 유리한 건 세금 때문이다. 장내에서 사고팔아 생긴 차익에는 양도소득세도, 배당소득세도 붙지 않는다. 골드바로 실물 인출을 하지 않는 한 부가가치세 10%도 낼 필요가 없다.
◆ETF, 수익은 비슷해도 세금 계산은 까다롭다
KRX 금현물지수를 추종하는 ‘ACE KRX금현물’은 7월 31일 2만6080원에서 지난달 31일 2만7425원으로 5.16% 올랐다. 한 달 내내 곧게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중순 2만80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월말에는 다소 밀렸다.
1000만원으로 383주를 사면 매입액은 998만8640원이다. 한 달 뒤 전량 매도하면 매매차익은 51만5135원이다.
금 ETF는 국내 주식형이 아닌 원자재 ETF로 분류된다. 매도 시 실제 매매차익과 과표기준가 상승분 가운데 더 작은 금액을 기준으로 15.4%의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된다.
과표기준가 상승분이 실제 차익보다 크다고 가정해 차익 전체에 세율을 적용하면 세금은 약 7만9331원이다. 세후 수익은 약 43만5804원으로 추산된다. 증권사 매매수수료는 별도다.
◆골드뱅킹, 살 때 1% 더 내고 팔 때 1% 덜 받는다
은행 금 통장인 골드뱅킹은 수익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한은행 고시 기준 금 매매기준율은 7월 31일 1g당 18만8697.90원에서 지난달 31일 19만7346.41원으로 4.58% 올랐다.
골드뱅킹 계좌는 매매기준율보다 살 때 1%를 더 내고, 팔 때는 1%를 덜 받는 구조다. 이 조건으로 1000만원을 넣으면 살 수 있는 금은 52.47g이다.
한 달 뒤 전량 매도했을 때 세전 이익은 약 25만1000원이다. 매매차익에 붙는 배당소득세 15.4%를 빼면 실제 손에 남는 수익은 약 21만3000원, 수익률은 2.13%다.
금값 자체는 4%대 후반 올랐지만 매수·매도 때 벌어지는 가격차와 세금이 수익을 절반 가까이 깎아 먹은 셈이다.
◆실물 금, 살 때와 팔 때 가격부터 16% 벌어진다
가장 큰 격차는 실물 금에서 나왔다. 한국표준금거래소 기준으로 7월 31일 순금 한 돈(3.75g)의 소비자 매입가는 82만6000원이었다. 1000만원으로 12돈을 사면 매입금액은 991만2000원이고, 남는 현금은 8만8000원이다.
지난달 31일 순금을 팔 때 적용된 가격은 한 돈당 72만6000원이었다. 12돈을 모두 팔면 871만2000원을 받고, 남겨둔 현금을 더해도 최종 회수 금액은 880만원에 그친다. 한 달 동안 국내 금값이 4.81% 올랐는데도 원금의 12%인 120만원을 잃는 계산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실물 금은 살 때와 팔 때 적용되는 가격이 애초부터 크게 다르다. 한국표준금거래소 기준으로 7월 31일 당시 한 돈 매입가와 매도가의 차이는 13만1000원으로, 매입가의 약 15.9%였다.
지난달 31일에도 매입가는 86만8000원, 매도가는 72만6000원으로 가격 차이가 16.4%에 달했다.
실제로 이날 다른 금 판매업체인 한국금거래소 고시가에서도 순금 3.75g의 매수·매도 가격차가 매입가 대비 15% 안팎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조금씩 다를 뿐 실물 금은 어디서 사든 이 정도의 스프레드를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물 금을 살 때는 부가가치세 10%가 붙고 제작·유통비용도 가격에 얹힌다. 되팔 때는 이 비용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단기간에 금값이 오르더라도 상승분이 매수·매도 가격차를 메울 만큼 크지 않으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왜 수익률 16%포인트나 벌어질까
한 달 성적표를 정리하면 KRX 금시장 4.33%, 금 ETF 4.36%, 골드뱅킹 2.13%, 실물 금 -12.0%다. 가장 좋았던 ETF와 가장 나빴던 실물 금의 격차는 16.4%포인트에 달한다.
넷 다 결국 금값을 따라가는 투자지만 세금과 거래비용 구조는 전혀 다르다.
실물을 직접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 대가로 부가가치세와 높은 매수·매도 가격차를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시세차익만 노린다면 장내 거래가 비용 면에서 확실히 유리하다.
금값이 얼마나 오를지 맞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가 여기 있다. 같은 1000만원이라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금을 사느냐에 따라 한 달 뒤 통장 잔고는 160만원 넘게 벌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