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재정운용 측면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이다. 올해(본예산)보다 200조원 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수를 내년에 다 쓰지 않고, 재정 저수지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재원 중 12조여원 정도를 내년도 국채 신규발행 물량 축소에 배정하는 등 재정건전성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수결손 발생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거치지 않고 미래대응기금으로만 대응할 경우, 정부 재정에 대한 의회 통제주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내년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은 162조3000억원의 ‘추가세수’를 주요 재원으로 한다. 추가세수란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선(2015~2025년 6.2%)을 웃돌아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는 내국세를 말한다. 여기에 교육교부금 개편에 따른 절감재원도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에 별도 적립된다. 아울러 이달 올해 세수를 재추계하는 데 당초 예상보다 증가한 내국세 수입분인 ‘초과세수’도 미래대응기금 수입원으로 잡힌다. 올해 초과세수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래대응기금 초기 재원은 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만든 건 내년 급등하는 세수를 평상시처럼 일반회계에 전입해 사용하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기획처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확정된 수입원인 추가세수 162조3000억원 중 45조4000억원만 내년도 예산안에 담아 사용할 계획이다.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프론티어급 인공지능(AI) 개발 등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4대 분야가 대상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 발행할 국채 신규물량도 미래대응기금 재원을 활용해 12조5000억원 축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남겨둔다. 박창환 기획처 예산총괄심의관은 “104조4000억원을 기금 여유재원으로 적립하지 않고 일반회계로 갔으면 지출증가율이 27%가 넘는다. 중기적 총량 관리에서 엄청난 후폭풍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미래대응기금 여유재원을 몰아 쓰는 것도 국채 시장 안정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박 심의관은 “내년 국고채 발행 총물량이 221조8000억원인데 이게 100조원대로 내려가게 되면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된다”면서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내년) 신규 국채 발행 물량을 축소했는데, 그냥 선정된 것이 아니고 올해 발행했던 신규 국채 발행 물량 107조원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래대응기금이 내년도 총지출(820조9000억원)의 5분의 1에 달하는 만큼 예산 운용에 있어 정부 재량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은 변경 시 국회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예산과 달리 주요항목의 지출금액의 20%(금융성기금의 경우 30%) 이내에서 변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자체 변경 가능하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금융성기금으로 분류해 놓은 상태다.
특히 세수결손시에는 30% 한도 제한을 받지 않고 추경 없이 정부 자체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세수결손시 추경을 통해 국회에서 세입 수준을 다시 추정해 각 사업의 감축 여부를 따지는 절차가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정부 재정에 대한 국회의 재정통제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미래대응기금은 사실상 정부가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비상금’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며 “일반적인 예산심의와 같은 과정을 거치진 않더라도, 기금의 규모에 걸맞는 외부 견제장치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