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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에 상금만 890억…최연소 1위 찍고도 파티 즐기는 Z세대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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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에 최연소 세계 1위 오른 카를로스 알카라스
“세계 최고 집착 없어”…친구·여행·파티도 즐겨
4개월 공백 딛고 US오픈 세 번째 정상 도전

더 많은 트로피를 들지 못한 걸 후회할까, 인생을 덜 산 걸 후회할까.

 

Z세대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스(23)의 답은 후자에 가깝다.

 

테니스 세계랭킹 3위 카를로스 알카라스. 알카라스 SNS 캡처
테니스 세계랭킹 3위 카를로스 알카라스. 알카라스 SNS 캡처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남고 싶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20대의 삶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친구들과 놀고, 여행을 떠나고, 파티도 즐긴다.

 

그리고 다시 코트로 돌아와 이긴다. 그것도 아주 많이.

 

19세에 남자 테니스 역사상 최연소 세계 1위에 올랐다. 올해에는 호주오픈까지 제패하며 23세가 되기 전 역대 최연소 남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메이저 우승만 7차례다. 통산 상금도 약 6499만달러(약 890억원)를 넘어섰다.

 

놀고 싶어서 성공을 포기한 것도, 성공하려고 삶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둘 다 가지겠다는 요즘 챔피언이다.

 

뉴욕 한복판에서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카를로스 알카라스. 알카라스 SNS 캡처
뉴욕 한복판에서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카를로스 알카라스. 알카라스 SNS 캡처

 

새벽 2시50분, 챔피언이 시작됐다

 

스페인 출신인 알카라스가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곳은 미국 뉴욕이었다.

 

2022년 US오픈. 열아홉 살의 그는 16강부터 세 경기 연속 5세트 혈투를 벌였다.

 

특히 라이벌인 야니크 시너와의 8강전이 압권이었다. 무려 5시간 15분 동안 승부가 이어졌다. 4세트에서는 한 포인트만 더 내주면 탈락하는 위기까지 몰렸지만 그는 끝내 경기를 뒤집었다. 승부가 끝난 시각은 새벽 2시50분이었다.

 

16강부터 4강까지, 열아홉 살의 알카라스는 코트에서 쓰러질 듯 버티며 올라왔다. 그리고 마지막 상대 카스페르 루드를 꺾고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다음 날, 세계랭킹 1위 자리는 그의 것이었다. 19세 4개월이었다.

 

이후에는 거침없었다. 이듬해 윔블던 결승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와 4시간 42분 접전 끝에 이겼고, 2024년엔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연달아 제패했다. 지난해에는 US오픈에서 다시 정상에 섰고, 올해는 호주오픈 우승으로 마지막 퍼즐까지 맞췄다.

 

친구들과 휴가를 보내고 있는 카를로스 알카라스. 알카라스 SNS 캡처
친구들과 휴가를 보내고 있는 카를로스 알카라스. 알카라스 SNS 캡처

 

즐길 줄 아는 세계 1위

 

알카라스를 오랫동안 지도했던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는 정상에 오래 머물려면 희생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남들이 놀 때 훈련하고, 쉬고 싶을 때 참고, 때로는 평범한 삶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위대한 선수가 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그것 때문에 불행해지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2023년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진 뒤에는 세계적인 파티 성지로 불리는 스페인 이비자로 곧장 떠났다.

 

윔블던을 코앞에 두고 그래도 되느냐는 걱정이 나왔지만, 몇 주 뒤 그는 윔블던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꺾었다. 이듬해에도 이비자에서 쉬고 돌아와 다시 윔블던 정상에 섰다.

 

물론 놀기만 해서 세계 1위가 된 건 아니다. 코트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했다. 어린 시절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견뎠고, 경기에서는 마지막 한 포인트까지 몸을 던졌다.

 

그에게 노는 시간은 테니스를 방해하는 시간이 아니다. 다시 코트로 돌아갈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다. 그가 입버릇처럼 꺼내는 말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뜻이다.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올해 US오픈 1회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올해 US오픈 1회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다시, 뉴욕

 

알카라스는 다시 뉴욕에 와 있다. 사실 올 시즌 그는 순탄치 않았다. 지난 4월 오른쪽 손목을 다쳐 프랑스오픈도 윔블던도 뛰지 못했고, 넉 달 넘게 코트를 떠나 있었다. 그런 그가 단식 복귀 무대로 택한 곳은 4년 전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US오픈이다.

 

8월 31일(현지시간), 139일 만에 치른 단식 복귀전에서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1회전에서 만난 로만 사피울린을 2시간22분 만에 3-0으로 눌렀다. 경기 뒤 그는 “내 느낌으로는 평소처럼 쳤다. 팔도 손목도 다 좋았다”고 했다.

 

앞으로 그가 얼마나 많은 트로피를 더 들어 올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알카라스가 놓치고 싶지 않은 건 분명하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이다.

 

최고가 되기 위해선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오래된 공식. 알카라스는 아직 그 공식을 따를 생각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