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객들이 숙소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객실의 시설과 편의성 등 숙소 자체의 조건뿐 아니라, 최근에는 숙소 주변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골프장과 온천, 워터파크 등 숙소 밖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시설을 중심으로 숙박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공연과 스포츠 경기 역시 여행객을 하루 더 머물게 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숙박시설 자체의 경쟁력을 넘어 ‘그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여행객의 숙박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 ‘호텔에서 뭐 하지?’보다 ‘근처에서 뭘 할 수 있지?’에 무게
한국관광공사는 31일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이동통신·신용카드·숙박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요즘 숙박 트렌드’를 발표했다.
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숙박시설과 주변 관광 콘텐츠의 결합이다.
최근 3년간 골프장 테마 숙소의 예약 비중은 199.3% 증가했다. 온천 관련 숙소는 98.9%, 워터파크는 56.5% 늘었다.
반면 숙소 내부의 휴식과 편의에 초점을 맞춘 스파·월풀 관련 숙소 예약 비중은 20.9% 감소했고, 애견펜션은 9.4%, 풀빌라는 8.1% 각각 줄었다.
단순히 좋은 객실에서 쉬는 것보다 숙소를 거점으로 골프를 치거나 온천을 즐기고 물놀이를 하는 등 지역에서 구체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 편의성도 숙소 선택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항 셔틀 관련 숙박 예약 비중은 최근 3년간 171.5% 증가했고, 개인 사물함 관련 예약 비중도 115.5% 늘었다.
관광공사는 주변 체험뿐 아니라 여행 전후 이동의 편리함까지 고려해 숙소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 공연 보고 야구 보고 ‘1박’…지역 콘텐츠가 숙박을 만든다
숙박 수요를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공연이 있는 주의 숙박 예약 건수는 같은 달 비공연 주간보다 16.4% 많았다. 특히 빌보드 ‘톱 투어 아티스트’ 3팀의 K팝 공연을 분석한 결과 공연 주간 숙박 예약 증가율은 내국인 101.5%, 외국인 619.2%에 달했다.
공연 하나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지역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여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경기일 야구장 인근 숙박 예약 증가율은 정규시즌 13.9%, 포스트시즌 41.3%로 나타났다.
특히 비수도권에서 효과가 컸다. 수도권 야구장 인근 숙박 예약 증가율은 4.9%였지만 비수도권은 20.5%로 나타나 증가 폭이 약 4.2배 컸다.
공연장이나 경기장, 레저시설 등이 지역 숙박과 연결되면서 ‘볼거리 하나’가 ‘1박의 이유’가 되는 모습이다.
◆ 외국인도 지방으로…숙박시장 성장축도 달라져
숙박여행의 변화는 전체 시장 규모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3년간 국내 총숙박 박수는 5.1% 증가했다. 내국인은 1.9% 늘어난 반면 외국인은 29.0% 증가해 내국인보다 약 15배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외국인 숙박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국내 숙박시장의 성장축으로 부상한 가운데, 수도권 밖으로 여행 범위가 넓어지는 흐름도 나타났다.
최근 3년 사이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외국인 숙박 비중은 39.5%에서 43.0%로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부산의 외국인 숙박 비중 증가율이 29.9%로 가장 높았고 제주 28.9%, 경북 14.2%, 경남 2.9% 순이었다.
전체 숙박 수요에서도 새로운 지역이 부상했다. 최근 3년간 숙박 예약 비중 증가율은 강원 평창군이 116.9%로 가장 높았으며 경북 안동시 106.4%, 부산 기장군 78.5% 등이 뒤를 이었다.
관광공사는 평창과 기장의 경우 호텔·리조트와 대형 레저시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안동은 교통 여건 개선과 고택 민박·야경 투어 등 체류형 관광 콘텐츠 확대가 숙박 수요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에 따라 숙박 수요의 계절적 특성도 달랐다. 서울·경기는 연중 수요가 비교적 고른 반면 강원·전남·전북·경북 등은 계절별 편차가 전국 평균보다 컸다.
관광공사는 외국인 수요가 많고 연중 수요가 고른 서울은 숙박 공급 확대가 필요하고, 계절 편차가 큰 지역은 비수기와 주중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미 관광공사 관광AI혁신본부장은 “이번 분석은 숙박 경쟁력이 객실 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객이 하루 더 머물고 싶게 만드는 지역의 경험에서 나온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공연·스포츠·레저시설을 숙박·교통·지역 상권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동 편의까지 세심하게 보완해 지역마다 차별화된 ‘1박의 이유’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