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한자교육 강화’가 재부상하고 있다.
정부도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등을 포함한 한자교육 강화 방안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교육계의 찬반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한자를 알면 어휘의 의미를 스스로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종합적 사고력이 필요한 문해력 문제를 한자교육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 문해력 신장 특별위원회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를 비롯한 한자교육 강화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 한자 병기는 2016년 추진 당시 학부모·교원단체의 반발로 한 차례 무산됐던 만큼 특위는 다양한 교육 방안을 종합 검토한 뒤 10월 국교위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현재 초·중·고교 교육과정에서 한자나 한문 교육이 필수과목이 아니다. 초등학교에서는 교사 재량이나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자를 가르치고, 중·고교에서는 선택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찬성 측은 우리말 어휘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한자의 뜻과 짜임을 익히면 낯선 단어의 의미를 스스로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는 최근 ‘한문교육논집’에 발표한 ‘문해력 정교화를 위한 한자 어휘 교육 전략’ 논문에서 “모르는 어휘를 마주했을 때 사전이나 교사 등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학습자 내부에 구축된 한자 인프라를 활용해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자기주도적 독해 역량이 강화된다”고 밝혔다. 예컨대 ‘배타적(排他的)’이라는 단어를 ‘배(排·밀어내다)’, ‘타(他·남)’, ‘적(的·성질)’으로 나눠 ‘남을 밀어내는 성질’이라고 의미를 추론한 뒤, ‘배타적 경제수역’이라는 표현에 대입해 ‘다른 나라를 밀어내고 우리만 권리를 갖는 곳’이라는 뜻을 구체화하는 식이다. 김양진 경희대 국어국문학 교수도 “한자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어의 상당 부분을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한자어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하고 체계적인 교육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자교육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인 편이다.
한국리서치가 6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자와 문해력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82%는 “한자교육이 이뤄지면 단어 이해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답했고, 81%는 “동음이의어 구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자교육 강화가 암기 위주 학습을 부추기고 문해력 향상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한자들 중에는 상용한자 1800자 내에 없는 것들도 많다”며 “어휘력 문제를 한자 교육으로 해결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허점이 많다”고 밝혔다. 앞서 전교조가 5월20∼23일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및 지원 방안 교원 인식조사’에서도 한자교육 강화가 문해력 신장에 효과적이란 응답은 10개 대책 중 8위에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