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탈탄소 설비 구축을 돕기 위해 한 해 2000억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 사업장 6곳 중 1곳은 정부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세운 감축목표도 전체 사업장 배출량의 1% 미만에 그쳤다. 재정 투입에 걸맞은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받은 ‘탈탄소 설비 설치 지원사업 실적’ 자료에 따르면 사후관리 실적 검토가 끝난 2020~2024년 지원 사업장 384곳 중 62곳(16.1%)이 신청 당시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6곳 중 1곳꼴이다.
분석 대상은 할당대상업체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 배출권거래제 감축설비 지원사업 등 4개 사업이다. 기후부는 기업이 탈탄소 설비를 설치할 때 드는 비용 일부를 국고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은 재정 지원을 신청하면서 해당 설비를 통해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일지 목표 감축량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별다른 지원금 회수 장치가 없는 상황에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업장에 들어가는 국고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목표 미달성 사업장 11곳에는 총 20억5500만원이 지원됐다. 2022년에는 미달성 사업장이 21곳으로 늘었고 이들에 지원된 금액도 10배가량 늘어 총 212억2100만원이 투입됐다. 기업이 당초 제시한 감축목표를 채우지 못해도 지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따로 없다.
미달성 사업장의 감축 실적은 목표량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0년 목표 미달 11곳 사업장은 모두 1만1976t의 탄소를 줄이겠다고 약속한 뒤 정부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실제 감축량은 8181t에 그쳤다. 목표치의 68% 수준이다. 2022년에는 21곳 사업장이 12만2615t을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그의 절반 수준인 6만5779t(54%)을 줄였다.
애초에 감축 목표 설정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탈탄소 설비 지원액은 2020년 약 34억원에서 2023년 2047억원으로 3년 새 60배 넘게 늘었다. 2025년에도 1936억원이 투입됐다.
대규모 재정 투입에 비해 감축목표 설정은 미미한 수준이다.
2020년 지원받은 22곳 사업장의 해당 연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1783만5466t이었지만 이들이 제출한 감축목표는 4만5252t에 그쳤다. 전체 배출량의 0.25% 수준이다. 2024년에도 지원 대상 199곳 기업의 전체 배출량은 2937만2791t이었지만 이들이 제시한 감축목표는 28만611t(0.96%)에 불과했다. 특히 2024년의 경우 199곳 중 90여곳의 배출량 정보가 누락된 채 자료가 의원실로 제출돼, 실제 감축목표 비율은 0.96%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할당대상업체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에 선정된 A주식회사는 사업 신청 당해(2023년) 연간 13만8824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지만, 탈탄소 설비 설치를 통한 감축 목표로는 9t을 제시했다. 연간 배출량의 0.0064% 수준에 불과했지만 사업 대상에 선정돼 국고 7300만원을 지원받았다.
물론 기업마다 보유한 사업장과 설비 수가 달라 특정 설비 한두 개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전체 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기대할 수 있는 감축목표량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지원사업인 만큼 재정 투입 대비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사업 선정과 성과관리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적 약속인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국내 산업의 경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1.4%까지 줄여야 한다. 하지만 실제 감축폭(2024년 기준)은 6.9%에 그친 상황이다. 목표 달성까지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기업 지원사업의 재정 집행 효율을 높이고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김소희 의원은 “배출량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에 매년 2000억원에 달하는 혈세가 투입되는 꼴”이라며 “지원 사업장 6곳 중 1곳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목표 미달 업체에 투입된 국고도 크게 늘어난 만큼 엄격한 환수 장치와 성과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특정 설비를 통해 줄이는 감축량을 사업장 전체 배출량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업장에는 추가 감축을 위한 이행계획을 제출받고, 이후에도 실적이 미흡할 경우 향후 동일 사업 선정 과정에서 감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