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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남편에 30대 아내 피살… 4차례 신고에도 못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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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서… 흉기에 찔려 숨져
이혼서류 송달 중 주소 노출 된 듯
맞춤 순찰 등 조치에도 역부족
스마트워치 의존 시스템도 한계

위험 인지 후 출동 예방 어려워
사후 대응식 보호 체계 개선 시급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피신해 있던 30대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현직 공무원 남편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이혼소송 중인 아내의 새 거처를 파악한 뒤 다섯 살 딸이 보는 앞에서 흉기로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살해된 여성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주거지 맞춤형 순찰과 112 피해자 번호 등록 등 안전조치를 했으나 끔찍한 사건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혼소송 서류 송달 과정에서 피해자의 주거지가 노출된 것으로 추정돼 개인정보 보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1일 경기 광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7분쯤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외부 계단에서 B씨가 이혼소송 중이던 30대 남편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B씨는 피격 직후 가까스로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사망했다. 현장에 있던 딸도 손가락에 상처를 입었다.

 

◆‘3분 출동’해도 기습 범행 못 막아

 

A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가 범행 4시간20여분 만인 오전 11시40분쯤 수원시 장안구의 한 모텔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던 중 체포됐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최근 이혼 소장을 받고 위자료와 재산 분할, 양육권·양육비 등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해 앙심을 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이면에는 구멍 뚫린 피해자 보호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B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A씨를 상대로 4차례나 폭행·협박 피해 신고를 한 뒤 매번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경찰은 흉기로 협박한 A씨를 특수협박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한 뒤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으나 영장은 기각됐다. 피해자 요구에 따라 가정폭력(특수협박) 혐의는 빠지고 경찰 폭행만 적시된 탓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시 사건을 병합해 A씨를 불구속 입건, 지난 6월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A등급’ 재범 우려 피해자로 지정해 관리해 왔다. 임시숙소도 권했으나 B씨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거절했다.

 

B씨는 거처를 광주의 친척 집으로 옮기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 접근금지 등 임시보호명령까지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이혼소송 서류가 송달되는 과정에서 주소 비공개 요청이 누락돼 A씨에게 새 주소가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지난달 11일 B씨에게 전화해 안전을 확인하던 중 “서류 송달 과정에서 남편에게 주소가 노출된 것 같다”는 내용의 상담을 접수했다.

 

소송 절차가 가해자의 보복 범죄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6월 경기 김포에선 허위 민사소송을 제기해 옛 연인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은 뒤 협박한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해 용인에서도 허위 보험금 청구소송으로 집 주소를 알아낸 뒤 성범죄 신고자를 살해한 참극이 벌어졌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소송 과정에서 주소 공개를 원하는 경우에만 소장에 기재하거나, 주소 공개 동의 여부를 사전에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등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소송 시 개인정보 비공개 의무화

 

스마트워치에 의존하는 현행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자가 위험을 인지한 뒤 버튼을 누르면 경찰이 출동하는 방식이어서 가해자가 계획적으로 벌이는 공격을 사전에 막기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7월 성남 스토킹 피살 사건과 지난해 4월 시흥에서 일어난 전 남편의 30대 여성 피살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들은 모두 스마트워치를 소지하고 있었고, 경찰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비극을 막지 못했다.

 

이처럼 피해자 동선만 제약하는 ‘사후 대응식’ 보호 체계가 관계성 범죄 앞에선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 재차 입증되면서, 가해자에 대한 선제 감시 체계 전환과 소송 절차 과정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를 감시하고 동선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고위험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해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가해자 중심 감시 체계’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잠정조치 등으로 가해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이 가능하지만, 법원의 결정 절차가 까다롭고 기본권 침해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고위험 가해자의 기본권 제한 범위에 대해선 사회적 논의와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