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이사를 앞두고 TV와 냉장고, 세탁기를 한꺼번에 장만하려는 소비자를 잡기 위한 가전업계의 ‘묶음할인’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가전 한 대 가격을 깎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두 대, 세 대를 함께 살수록 할인 폭을 키우는 방식이다. 혼수나 신규 아파트 입주 고객처럼 한 번에 수백만~수천만원을 쓰는 고객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9월 한 달간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사·혼수 고객을 겨냥한 ‘하이라이트 세일’을 진행한다. 핵심은 삼성전자 대형가전 묶음 구매다.
‘Neo QLED 8K TV(85형)’,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4도어 냉장고(861L)’,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세탁 25㎏·건조 20㎏)’ 등 행사 상품을 2개 품목 이상 구입하면 구매 품목 수에 따라 최대 540만원을 할인한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처럼 함께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제품은 별도 할인까지 얹는다. ‘비스포크 인피니트 1도어 냉장고’와 ‘비스포크 4도어 김치냉장고’ 등 행사 제품을 동시에 사면 최대 65만원, 메인 TV와 세컨드 TV를 함께 구입하면 최대 30만원을 추가 할인한다.
할인 구조를 보면 가전업계가 어디에 승부를 걸고 있는지 선명하다. 제품 한 대를 싸게 파는 것보다 이사·혼수 고객의 ‘장바구니 전체’를 가져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같은 다품목 전략은 롯데하이마트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9월 삼성닷컴에서 스마트 패키지 대상 제품을 2품목 이상 동시에 구매하면 최대 600만원 상당의 삼성전자 멤버십 포인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동일 판매전표에서 행사 제품을 2품목 이상 구매하는 방식으로, 혼수·이사처럼 가전을 한 번에 교체하는 수요를 겨냥했다.
지난 8월 삼성스토어가 진행한 입주·이사 고객 행사에서도 신규 아파트 입주 고객에게 구매금액에 따라 최대 80만 포인트, 이사 고객에게 최대 40만 포인트를 제공했다. 여기에 여러 제품을 함께 구입하는 ‘스마트 패키지’에는 최대 600만원 상당의 추가 혜택을 내걸었다.
결국 제조사 직영 채널과 양판점이 동시에 ‘여러 대를 한꺼번에 사는 고객’을 놓고 경쟁하는 셈이다.
롯데하이마트는 개별 제품 가격도 낮췄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는 369만원, ‘무풍 클래식 스탠드형 에어컨(19평형)’은 239만원, ‘Micro RGB TV(75형)’는 409만원에 판매한다. TV 행사상품은 모델에 따라 최대 60만원 추가 할인한다.
생활주방가전까지 묶음 판매 범위를 넓혔다. ‘쿠쿠 파워세일’을 통해 트윈프레셔 IH 전기밥솥 6인용을 39만9000원, 23L 전자레인지를 13만3000원, 30L 멀티광파오븐을 26만5000원에 선보인다.
쿠쿠 행사 제품 역시 동시구매와 다품목·구매금액별 할인을 합쳐 최대 20만원의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도 혼수·입주 고객을 별도 고객군으로 관리하고 있다.
LG전자 베스트샵은 올해 말까지 ‘LG전자 Wedding Collection’을 운영하고 있다. 9월에는 별도로 ‘New 라이프 페스타’를 진행하는 한편, 다품목 가전과 가전 구독을 결합한 라이브 행사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규 아파트 입주 고객을 대상으로는 별도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행사 대상 아파트 입주 고객에게 특별 할인가와 추가 구매 혜택을 제공하고 전문 매니저가 필요한 가전을 묶어 상담하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만 해도 래미안레벤투스, 래미안트리니원, 디에이치방배, 강변역센트럴아이파크, 힐스테이트등촌역 등 신규 입주 단지가 대상에 올라 있다.
가전업체가 아파트 단지까지 특정해 입주 고객을 관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반 고객은 냉장고나 TV 한 대만 교체하는 경우가 많지만, 신혼부부와 새 아파트 입주자는 냉장고·세탁기·건조기·TV·에어컨·식기세척기 등을 동시에 구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명의 고객을 확보했을 때 발생하는 매출 규모부터 다르다.
계절 가전도 가세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삼성전자·LG전자·캐리어 에어컨을 대상으로 ‘에어컨 클리어런스’를 진행한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무풍 갤러리 PRO 2in1(19평형)’은 309만원, LG전자 ‘휘센 AI 오브제컬렉션 뷰1 3시리즈 2in1(18평형)’은 320만원, 캐리어 ‘에어로 A 2in1(16평형)’은 175만원에 판매한다.
신축 입주 고객이 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 행사상품을 구매할 경우 20만원을 추가 할인한다.
가전업계의 9월 할인 경쟁은 앞으로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여름 성수기가 끝나면서 에어컨 재고를 소진해야 하는 시점과 가을 이사·혼수 수요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 베스트샵도 9월 ‘New 라이프 페스타’를 시작했고, 전국 다수 매장에서 오픈·새단장·핫딜 행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공식도 ‘단품 최저가’에서 ‘패키지 총액 할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TV 한 대를 얼마에 파느냐보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까지 함께 샀을 때 최종 결제액을 얼마나 낮춰주느냐가 이사·혼수 시장의 승부처가 된 것이다.
다만 ‘최대 540만원’, ‘최대 600만원’ 같은 할인액은 행사 대상 모델과 구매 품목 수, 결제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최대 할인액만 보기보다 필요한 제품을 기준으로 실제 최종 결제금액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