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대고 싶을 때, 그저 얘기 들어주고 어깨 빌려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이엘)
“지방 촬영 끝나고 차가운 집에 들어갈 때면 허공에 ‘여보 나왔어’라고 외쳐요. 요즘은 집에서 밥을 세 끼 다 해 먹을 때 밥 먹다가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싶어 우두커니 설 때가 있어요.”(김광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두 배우가 유튜브와 방송에서 담담하게 털어놓은 일상이다. 7년 차 솔로이자 40대 1인 가구인 이엘(43)과 오랜 시간 독신 생활을 이어온 김광규(58). 성별과 나이는 다르지만 이들의 고백은 4050 중장년 1인 가구가 마주한 외로움과 고립을 정면으로 비춘다.
◆ 서울 중년 5명 중 1명 미혼…빠르게 ‘1인 가구화’
이들이 호소한 공허함은 일부 연예인만이 아닌, 우리 사회 중년층이 보편적으로 겪는 일이다. 지난 5월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시 중년 미혼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서울 거주 40~59세 중년 인구 274만명 중 미혼 인구가 56만명(20.4%)에 달해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가구 구조의 변화다. 중년 미혼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015년 61.3%에서 2025년 80.5%로 급증했다. 특히 40대에서는 여성의 81.8%, 남성의 76.3%가 혼자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정적인 직업과 경제력을 갖춘 화이트칼라 계층을 중심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중년이 많아진 결과다.
◆ “말할 상대는 있어도, 아플 때 기댈 사람은 없다”
30대가 지나면 동년배 다수가 결혼과 육아 중심으로 관계망을 재편해, 혼자 사는 중년 미혼의 사적 인간관계가 급격히 좁아진다.
이 같은 관계적 고립은 실태조사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리뷰 제6호에 따르면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대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중장년 남녀 모두 60% 안팎으로 나타났다. 반면 ‘갑자기 큰돈을 빌려야 할 때 대상이 있다’거나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대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0~40%대로 뚝 떨어졌다. 일상적인 대화 상대는 있어도 삶의 위기 순간에 손을 내밀 실질적 안전망은 없다는 의미다.
지역사회와의 유대감도 낮았다. ‘서울시 중년 미혼의 삶’ 조사 결과, 중년 미혼 1인 가구의 지역사회 소속감은 10점 만점에 3.4점에 그쳤고, 그 중 40대 남성은 3.0점으로 전 계층 최하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중장년층은 직장 생활을 이어가며 홀로 노부모의 건강이나 집안 대소사를 챙겨야 하는 현실적 부담까지 더해진다. 타인을 챙기느라 에너지를 쏟아붓지만 정작 자신이 지쳤을 때 위로받을 곳이 없는 정서적 결핍은 4050의 고립감을 더욱 부채질한다.
인천연구원의 ‘서울 중장년 1인 가구의 정신건강 영향 요인 연구’는 “가족과 동거하지 않는 1인 가구 중장년자들이 심리적 지지체계 부족으로 우울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 청년과 노년 사이… ‘낀 세대’를 위한 느슨한 연대 필요
전문가들은 중장년 1인 가구의 고립을 막기 위해 전통적 혈연 중심의 돌봄을 넘어선 ‘느슨한 사회적 연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미혼 중년의 삶’ 연구진은 “중년 미혼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위험이 있으나, 현재의 사회적 지원이 이들에게 충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가족(Social Family) 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운동·독서 등 동네 기반 소모임 활동비를 지원하거나 플랫폼을 제공해 느슨한 연대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