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을 둘러싼 이른바 '지위 경쟁'이 사교육비 지출을 끌어올리고 출산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상위 소득층의 사교육 지출이 줄어들면 하위 계층의 교육비 부담도 함께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성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등은 2일 한국은행·경제정책연구센터(CEPR)·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동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부모가 자녀의 교육 성취를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해 평가하면서 교육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현상을 지위 경쟁으로 규정하고, 이런 경쟁이 사교육 지출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먼저 국가 간 비교에서는 교육 경쟁 우려가 큰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낮고 하락 속도도 빠른 경향이 나타났다.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칠레가 대표적 사례였다.
특히 한국에서는 저소득층이 소득 대비 사교육비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1분위 가구(하위 20%)의 소득 대비 사교육비 비중이 8.4%에 달해, 5분위 가구(상위 20%)의 5.1%보다 높았다.
소득 상위 가구의 사교육 지출이 다른 계층으로 파급되는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상위 15% 가구의 사교육비가 10% 감소할 경우 하위 50%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비중도 평균 6%에서 0.4∼0.9%포인트(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을 둘러싼 지위 경쟁은 출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런 지위 경쟁 효과가 없었다면 1970∼1975년생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실제 1.92명보다 28% 많은 2.45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비교 동기의 강도를 반영한 모형을 통해 균형 상태에서의 자녀 1인당 교육 투자와 출산율을 도출하고, 한국의 학원 심야 교습 시간 규제가 지역별·시기별로 달라진 점을 활용해 이를 실증적으로 검증했다.
연구진은 지위 경쟁이 사회적으로 과도한 교육 투자와 저출산을 초래하는 만큼 경쟁을 완화하는 정책으로 재정 부담 없이 출산율과 후생을 함께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교의 기준이 되는 고소득층의 사교육 지출에 과세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은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CEPR, OECD와 공동으로 '인구 고령화와 장수의 경제학 : 도전에서 기회로'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후미오 하야시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명예교수가 '일본 30년 장기침체의 근본 원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인구 고령화가 침체로 이어졌으며, 한국, 중국, 대만 등에서도 유사한 성장 둔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70년간 출산율이 더 낮아진 나라일수록 오히려 생산연령인구의 1인당 성장률은 더 높았다는 내용의 연구도 소개된다.
해외 출장 중인 신현송 한은 총재는 영상으로 공개한 개회사에서 "인구구조 변화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지만, 다가오는 것을 미리 볼 수 있고 그만큼 늦지 않게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한국은 인공지능(AI)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으며, 유례 없는 반도체 생산과 AI가 이끄는 투자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지금은 미룰 때가 아니라 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합>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