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이 제63회 방송의 날(9월 3일)을 앞두고 공영방송의 재정 위기와 낡은 규제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와 정치권에 책임 있는 미디어 정책과 지원을 촉구했다.
2일 KBS에 따르면 박 사장은 방송의 날 기념사를 통해 “오늘 우리가 직면한 공영방송의 경영 현실은 엄혹함을 넘어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글로벌 플랫폼이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가운데 제작비는 상승하고 광고 시장은 위축되면서 공영방송의 생존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KBS 역시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등 재정적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흔들리면 대한민국 콘텐츠 생태계의 허리 또한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공영방송의 위기가 KBS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방송사의 제작 여력이 줄어들면 중소 제작사의 생존이 위협받고, 제작 현장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수신료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KBS 수신료가 1981년 이후 45년 동안 동결돼 왔다”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가 약 5배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수신료가 동결된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보유 자산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하고 수익을 다각화할 길마저 낡은 법과 과도한 규제로 제약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해외 미디어 기업이 국내 시장 영향력을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공영방송과 지상파 방송의 위기는 미디어 환경 변화만의 결과가 아니라, 공공 미디어 자산을 방치하고 공영방송을 정쟁의 대상으로 인식해 온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공영방송은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며 공영방송이 시청자에게 든든하고 믿음직한 방송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박 사장은 “스스로 뼈를 깎는 혁신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공영미디어로서의 생존력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KBS 내부 혁신 계획도 제시했다. 그는 전사적인 고통 분담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공공 콘텐츠 강화와 디지털 역량 제고, 인공지능(AI) 기반 효율화에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