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 및 대학병원 신설 후보대학 발표를 앞둔 전남광주 목포시청 한쪽 책상에는 두 장의 원고가 동시에 올려져 있었다. 36년 염원의 결실을 축하하는 ‘환영문’과 선정 무산 시 지역민에게 고개를 숙이기 위해 작성된 ‘사과문’이었다. 지난달 30일 순천대 선정이라는 최종 결과가 발표되자 현장의 공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환영문은 빛을 보지 못한 채 폐기됐고, 결국 준비된 사과문만이 세상에 나왔다.
1시간 뒤 목포시와 지역 정치권의 공동 입장문 발표장 분위기는 침통함 그 자체였다. 김원이 국회의원과 강성휘 목포시장, 목포지역 기초·광역의원들이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대승적 선언에도 장내에 감도는 충격과 상실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급기야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그간의 모든 책임을 지고 총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전국 유인도서의 41%가 밀집해 3시간 내 상급종합병원에 닿지 못해 목숨을 잃는 비율이 20.7%에 달하는 서남권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결과는 서남권 시민들에게 탈락 이상의 ‘깊은 소외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지자체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할 수 있는 모든 행정적·정치적 노력을 다했음에도 또다시 밀렸다”는 씁쓸함이 역력했다. 순천대 선정과 목포권의 승복으로 수개월간 전남을 달군 의대 유치전의 표면적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서부권 주민들이 느끼는 정서적 응어리와 박탈감까지 말끔히 씻겨 나간 것은 아니다. 현장의 한 관계자가 전한 말처럼 “상처가 봉합은 됐을지언정 치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목포시는 심사 결과를 우선 수용하되 목포대 등 당사자와 함께 심사위원 구성, 배점 기준, 평가 내용의 오류 여부를 면밀히 파악할 예정이다. 여기서 명백한 결함이나 오류 발견 시 강력한 항의 및 재검토를 요구할 방침이다. 그래도 여의치 않을 경우 시민 결의대회나 서명운동 등을 지속해 2031년 의대 정원 확대(증원) 시 추가 배정을 이끌어내는 플랜B까지 추진하겠다는 태세다.
휴지통으로 들어간 환영문이 서남권 주민들에게 영원한 상처로 남지 않으려면 이제 중앙정부와 광역단체가 응답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시가 약속한 대학병원급 지역 거점병원 신설과 파격적 인센티브 안이 또다시 말뿐인 정치적 공수표로 돌아간다면 억눌린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분출될 수 있다.
의대 유치전의 진짜 마침표는 최종적으로 후보 대학 발표가 아닌 서남권 주민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의료망이 구축되는 그날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