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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먹던 그 맛, 해외서도 같을까?…K-치킨 ‘맛의 표준화’ 경쟁

AI·로봇·매뉴얼로 맛 표준화
식자재부터 조리까지 품질 관리

“서울에서 먹은 BBQ 치킨은 정말 환상적(awesome)이었다.”

 

지난 6월 미국의 한 이용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남긴 글이다. 한국에서 먹은 치킨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는데 “BBQ 치킨을 정말 좋아하지만, 내가 가본 뉴저지 매장의 맛은 정말 별로였다(pretty bad)”는 다른 이용자의 반응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는 줄을 서서 먹는 치킨 브랜드라도 국경을 넘으면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트남 호치민에 문을 연 BBQ 미득점 앞에서 손님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BBQ 제공
베트남 호치민에 문을 연 BBQ 미득점 앞에서 손님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BBQ 제공

 

2일 치킨 업계에 따르면 같은 브랜드와 메뉴라도 조리 숙련도와 식자재 수급, 매장 관리, 현지 파트너의 역량 등에 따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맛과 품질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치킨 기업들이 해외 매장 수 확대를 넘어 세계 어디서나 일정한 맛과 품질을 구현하기 위한 ‘표준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한국에서의 맛을 현지에서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재현하느냐가 핵심이다.

 

제너시스BBQ 그룹은 창립 31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매장의 운영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AX 트랜스포메이션’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AI와 푸드테크, 로봇 등을 활용해 조리와 매장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차를 줄이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매장의 운영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해외 사업 전략을 ‘글로벌라이제이션 2.0’으로 규정하고 단순히 매장 수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시장에 맞는 성공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지의 식문화와 소비 방식은 받아들이되 BBQ의 맛과 품질, 브랜드 철학과 운영 노하우는 유지하는 방식이다.

 

BBQ가 추진하는 AX는 해외 매장의 맛을 직접 결정하는 하나의 장치라기보다, 전 세계 매장의 운영 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해 품질 편차를 줄이는 기반에 가깝다. 기술을 활용해 사람이 만들어내는 조리와 운영의 차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맘스터치의 글로벌 표준화 매뉴얼북 3종. 맘스터치앤컴퍼니 제공
맘스터치의 글로벌 표준화 매뉴얼북 3종. 맘스터치앤컴퍼니 제공

 

맘스터치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글로벌 표준화에 나섰다. 해외 가맹점의 운영 수준을 한국 본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글로벌 표준 매뉴얼을 제작했으며, 매장 운영·디자인·사업 구조 등 3개 분야를 체계화했다.

 

매뉴얼에는 식자재 공급부터 닭고기 입고·보관·해동·손질·조리·판매까지 전 과정의 기준이 담겼다. 물류센터와 배송 차량의 위생, 냉장·냉동 유통체계, 선입선출, 온도 관리와 비상 대응 등 소비자가 보지 못하는 공급망까지 표준화 대상에 포함했다.

 

해외 사업에서도 품질 기준을 앞세웠다. 라오스에서는 현지 공급업체가 본사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자 거래 대상에서 제외했고, 태국에서는 파트너 역량 문제로 품질 저하가 발생하자 기존 사업권을 정리했다.

 

다른 나라 매장에서 국내와 같은 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식자재와 공급망뿐 아니라 실제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차까지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촌은 한국에서 만든 소스를 세계 각국 매장에 공급하고, 국내와 동일한 소스를 활용해 표준화된 맛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미드월셔점 리뉴얼 과정에서는 협동조리로봇 등을 도입하며 해외 매장의 조리 효율과 품질 관리에도 나섰다.

 

교촌치킨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미드윌셔점 주방에 설치된 협동조리로봇. 교촌에프앤비 제공
교촌치킨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미드윌셔점 주방에 설치된 협동조리로봇. 교촌에프앤비 제공

 

이처럼 치킨 업계의 움직임은 해외 매장 진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한국에서의 맛을 현지 식문화와 운영환경 속에서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치킨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의 성패가 단순히 매장을 얼마나 많이 여느냐가 아니라 현지 매장에서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한국에서의 맛을 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