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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중식 제공’이면 짜장면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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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중식 제공’을 중국음식 내놓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심심(甚深)한 사과(매우 깊은 사과), 익일(翌日: 다음날), 격주(隔週: 한 주 건너뜀) 등의 어휘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유머 시리즈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소위 문해력(文解力) 저하를 청소년이나 젊은층의 무지나 나태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한자어 어휘를 배우지 않고 생활에서 쓰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만약 자주 쓰는 ‘점심 제공’이나 영어를 활용해 ‘런치 제공’이라고 했다면 이런 오해가 있었을까.

어휘 부족에 더해 짧은 인터넷 영상 등에 익숙해져 글을 읽어내는 능력이 떨어져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 사회인이 늘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 사회가 도래하면서 더욱 심각해지는 문해력 저하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라나는 세대의 학습 부진은 물론 조직 공동체의 소통 장애를 유발한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통 과제다. 급기야 중국은 지난 2월 국민의 독서생활을 강화하기 위해 국무원령(令)인 전민열독(全民閱讀)촉진조례 시행에 들어갔다. 일본에서는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문장 학습활동을 강화하고, 리딩스킬테스트(RST)라는 독해력 측정 민간 검정시험도 개발됐다. 우리 정부도 7월 독서교육을 국어 교과 중심에서 전 교과로 확대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독서 폭식’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RST를 개발한 아라이 노리코(新井紀子)는 심지어 독서량과 문해력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주어, 목적어, 서술어 등의 문장 구조를 분명히 파악하는 기반 위에서 문학 작품의 행간이 아니라 교과서, 설명문, 계약서 등을 명확히 읽어내는 능력이 핵심이라고 한다. 한국어 문해력에서도 국어 어휘의 70%를 차지하는 한자어에 대한 이해와 함께 문장 내용을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세계일보가 매주 월요일자, 수요일자 문화면에 문해력 기획을 시작했다. 이번 시도를 통해 독자가 글(文)을 이해(解)하는 능력(力)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시대 세상을 읽는 힘을 키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