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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99% “3시 하교제 반대”…초등생 65.5% “너무 오래 해서 지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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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1일 대구 서구 대구이현초등학교 2학년 3반 학생들이 방학숙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1일 대구 서구 대구이현초등학교 2학년 3반 학생들이 방학숙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 초등교사 10명 중 9명 이상이 초등 저학년의 정규수업을 오후 3시까지 늘리는 이른바 ‘3시 하교제’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사자인 초등 1·2학년 학생 2만9136명에게 물은 다른 조사에서도 65.5%가 수업이 너무 길어 지칠 것 같다고 답했고, 전국 초등학교 교장들까지 반대에 합류했다. 하교 시간을 늦추는 방안은 3일 국회에서 처음 공론의 자리에 오른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달 24∼27일 전국 초등교원 2만2768명을 대상으로 ‘초등 저학년 3시 하교제 초등교원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응답자의 99.04%가 3시 하교제에 반대했고, ‘매우 반대한다’는 응답만 97.45%였다.

 

◆ “돌봄 공백 해법은 못 된다”…교원 99%가 반대

 

반대는 저학년을 직접 맡아 본 교원에게서 더 짙었다. 현재 초등 1·2학년 담임교사의 반대율은 99.47%였고, 현직 담임과 최근 3년 이내 저학년 담임 경험자를 합친 1만3469명으로 좁히면 99.38%가 반대했다.

 

교원들은 정규수업시간 확대가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학생의 피로·스트레스가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94.88%로 가장 높았고, 놀이·휴식 보장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도 91.60%였다. 교육활동의 질과 학교생활 적응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84.29%, 80.44%로 나타났다.

 

반면 3시 하교제가 돌봄 공백과 사교육비, 교육격차를 풀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낮았다. 돌봄 공백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12.31%에 그쳤고 사교육비 부담 완화와 교육격차 완화는 각각 6.48%, 3.48%에 불과했다.

 

국가데이터처 초중고사교육비조사를 보면 2025년 초등학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학년이 35만2000원, 2학년이 38만8000원이었다. 교원들은 하교 시간을 늦추는 것으로는 이 부담이 줄지 않을 것으로 본 셈이다.

 

학교 현장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정규수업시간을 늘릴 경우 교사의 업무 부담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96.39%였고, 수업·학생지도 여건은 95.57%, 학교 안전·학생 갈등 대응 여건은 95.02%가 나빠질 것으로 봤다.

 

◆ 교원들이 먼저 꼽은 건 학급당 학생 수였다

 

돌봄 공백의 해법으로는 학교의 교육시간 확대보다 가정과 지역사회의 역할 강화가 꼽혔다. 응답자의 85.42%가 ‘학교의 교육시간 확대보다 가정의 돌봄 여건과 지역사회의 공적 돌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를 골랐다. 현행 수업시간을 유지하면서 희망 학생에게 공적 방과후·돌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11.26%였고, 모든 저학년의 정규수업시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0.66%에 머물렀다.

 

저학년의 교육여건을 개선할 정책으로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68.4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전사고·학생 갈등 지원체계 마련(40.35%) △교사의 주당 수업시수 적정화(37.98%) △행정업무 경감·분리(36.34%) △교원 확충 및 추가 인력 배치(35.36%) 순이었다.

 

저학년에게 필요한 오후 시간으로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74.87%로 가장 많았고 충분한 놀이·휴식과 여유 있는 시간이 64.24%였다. 국어·수학 등 교과학습 보충·심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1.40%에 그쳤다.

 

전교조는 “돌봄 공백은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지만 모든 초등 저학년의 수업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며 “필요한 가정에는 질 높은 공적 돌봄을 제공하고 부모가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노동·돌봄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수업 너무 오래 해서 지칠 것 같아요”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도 같은 쪽을 가리켰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26, 27일 전국 초등 1·2학년에게 ‘담임교사와 6·7교시까지 수업하고 오후 3시에 집에 간다면 어떨 것 같나요’라고 물은 결과다. 조사에는 17개 시도에서 1학년 1만2024명, 2학년 1만7112명 등 2만9136명이 참여했다.

 

보기는 세 개였다. 65.5%가 ‘수업을 너무 오래 해서 너무 힘들고 지칠 것 같다’를 골랐고, ‘학원과 방과후도 가야 해서 늦게 집에 갈 것 같다’가 30.8%로 뒤를 이었다. ‘교실에서 더 공부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3.7%에 그쳤다.

 

가장 걱정되는 점을 묻자 오래 앉아 있어야 해서 힘들고 피곤하다는 응답이 45.5%로 가장 많았다. 학원도 늦게 끝나고 놀 시간이 줄어든다는 응답이 27.7%, 부모님·가족과 보낼 시간이 줄어든다는 응답이 26.8%였다. 학교가 끝난 뒤 가장 하고 싶은 일로는 친구들과 맘껏 놀기가 47.6%, 부모님·가족과 시간 보내기가 45.2%였고 학원에 가거나 공부하기는 7.2%에 머물렀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번 조사에서 2만9000여명의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가장 크게 우려한 것은 장시간 수업으로 인한 피로였고, 학교가 끝난 뒤에는 놀고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초등교사노조는 “교육시간 확대 여부는 학교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저학년의 발달 단계에 맞는 수업과 휴식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교장들도 “오래 머무는 게 좋은 교육은 아니다”

 

학교 관리자들도 반대에 합류했다. 한국초등교장협의회는 2일 입장문을 내고 “초등 저학년 오후 3시 하교 방안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획일적인 제도 도입을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학교에 머무르는 것이 더 좋은 교육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얼마나 학교에 오래 머물게 할 것인가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하게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운영 중인 돌봄교실과 방과후교육에 정규수업 확대가 더해지면 시간과 공간, 인력, 기능이 중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냈다.

 

부산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31일 성명에서 “‘교육과정’이라는 명목으로 초등 저학년을 학교에 매어두는 것은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나 다름없다”며 “이번 논의는 학생의 성장을 위한 교육적 필요가 아니라 단지 보육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행정적 필요에서 시작됐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돌봄 공백의 근본적 해결책은 부모가 자녀를 직접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사회가 합의점을 찾아야 함에도 정부는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학교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교위 “3시라는 의견 나왔을 뿐, 확정된 건 없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확대 방침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교위 관계자는 “논의하는 과정에서 ‘3시’라는 의견이 나온 적은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며 “전문가들이 모인 회의체다 보니 여러 가지 의견이 계속 나온다”고 밝혔다.

 

◆ 오후 1시 하교는 70년 전 교실 부족에서 나왔다

 

초등 저학년이 오후 1시 무렵 학교를 나서는 관행은 1950년대 초등 의무교육을 전면 시행할 때 굳어졌다. 학교 건물도 교원도 부족해 한 교실을 나눠 쓰는 2부제·3부제 수업으로 버티던 때여서 수업시수를 늘릴 여지가 없었다. 이후 정부는 하교 시간 자체를 건드리는 대신 2004년 방과후교실, 2009년 돌봄교실 시범운영으로 오후 시간을 메워 왔다.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가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도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같은 방향의 방안을 추진했다가 논란 끝에 무산됐다.

 

당시에도 학생 조사가 제동을 걸었다. 2018년 9월 전교조 초등위원회와 참교육연구소가 초등 3∼4학년 5133명에게 물은 결과 71.2%가 하교 시간 연장에 반대했고, 반대 이유로는 학교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 학년이 달라 이번 조사와 수치를 곧바로 견줄 수는 없지만, 학생들이 든 이유는 8년 전과 다르지 않다.

 

◆ 늘어난 수업, 누가 맡나

 

교육계에서는 교원 충원 등 학교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교 시간을 늘리는 것은 무리라는 우려가 크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초등 저학년의 3시 하교제는 교육과정을 전면 재개편하는 문제를 수반함에 따라 대규모 교원 충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정부가 지방교육재정을 삭감하는 안을 내놓으면서 정규 교육시간 확대에 필요한 여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총이 지목한 것은 지난달 21일 나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이다. 교육부와 기획예산처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해 규모를 정하는 산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55년 만에 내국세 연동이 끊기면서 교육계에서는 초·중·고교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산식 개편으로 총액이 줄어들면 그 차액을 보전하는 조항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명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교원단체들은 늘어난 수업시간을 감당할 교원과 교실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계획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