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요구한 데 대해 사법연수원 14기 원로 법조인들이 2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헌법에 근거 없는 대법관 재제청 강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수원 14기는 13기인 조 대법원장보다 한 기수 아래, 18기인 이재명 대통령보다는 4기수 위다.
강민구 전 법원도서관장과 성기문 전 춘천지법원장을 비롯한 연수원 14기 법조인 84명은 이날 ‘헌법의 경계를 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해 후보자 선택권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대법관 인사권을 대법원장·국회·대통령에게 분산한 것은 어느 한 권력도 최고 법원의 구성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권력분립의 핵심 장치”라며 “대법원장의 제청권 역시 대통령의 임명권을 보조하는 하위 권한이 아니라 헌법이 사법부 독립을 위해 부여된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조 대법원장의 제청이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청와대 입장 발표에 대해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 사전 협의가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헌법이나 법률이 요구하는 제청의 효력요건은 아니다”며 “특정 후보자가 제청될 때까지 다른 후보자를 거부한다면 사실상 대통령이 제청권과 임명권을 함께 행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이 추진하는 재제청 관련 입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제청 반려권을 법률에 신설하거나 기존 후보군에서 재제청하도록 강제하는 입법은 헌법상 권력배분을 흔드는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어떠한 정치적 압력에도 흔들리지 말고 헌법이 부여한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한다”고 요청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사실상 기존에 추천된 다른 후보자 3명 중에 한 명을 재제청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청와대가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제청하란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