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에 이민자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해마다 밀려오는 이민자들로 유럽 국가 간 갈등이 커지면서 자칫 ‘유럽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일 유럽연합망명청(EUAA)에 따르면 유럽 국가에 망명을 신청하는 이민자 수가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이다. 2020년 EU 회원국과 스위스·노르웨이에 망명을 신청한 건수는 46만1000여건으로 집계됐지만, 2023년 114만9000여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망명 신청 건수는 82만2000여건으로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이는 시리아 내전 종식으로 시리아 출신 난민이 급감한 것에 따른 착시 효과다. 오히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출신의 망명 신청 건수는 매년 20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지난 6월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규모 대비 이민자를 수용하는 ‘이주·망명 협약’을 체결했다. 인구와 GDP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이민자를 수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협약에 따른 이민자 수용 비율은 독일 21.69%, 프랑스 16%, 이탈리아 12.86%, 스페인 10.01% 순이다.
하지만 EU 회원국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이민자를 수용할 수 없다며 협약에 반대하고 나섰다. 또한 폴란드와 오스트리아는 지난 5년간 상당수의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출신 이민자를 수용했다는 이유로 조정을 요구하는 등 협약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민자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EU 회원국 사이의 국경까지 흔들고 있다. 유럽 통합의 상징이자 EU 회원국 간 사람과 물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협정’마저 이민자 문제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이번 스페인 세우타에서 벌어진 난민 사태를 계기로 비(非)EU 국적자를 대상으로 국경 검문을 부활시켰다. 세우타에 들어온 이민자들이 자유롭게 이탈리아로 이동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이유다. 이에 스페인은 이탈리아발 항공편과 선박 입국자에 대한 검문을 재개하는 등 이탈리아와 외교적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2026 솅겐 협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솅겐 협정 가입 국가 중 10개국이 국경 통제를 연장하거나 유지했다. 불법 이민자와 범죄 우려, 러시아 등 외부 국가의 ‘난민 무기화’ 등이 국경 통제의 이유로 지목됐다. 이 같은 상황을 증명하듯 EUAA는 지난해 유럽 이민자 정책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이민자의 ‘허가받지 않은 이동’을 꼽았다. 또한 EUAA는 불법 이민자들을 처음 망명을 신청한 국가로 돌려보내는 ‘더블린 조약’에 따른 이송이 지난해 1만8000건에 그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