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개발과 주거복지를 각각 맡는 두 개 공사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한다. 택지개발·주택건설과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을 분리해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다만 173조원대 부채를 두 공사에 어떻게 나눌지, 주거복지 재원을 얼마나 지원할지 등 세부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공공택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LH가 직접 주택을 짓는 물량도 늘어나는 가운데 분사 이후 재무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3일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안과 함께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서 LH를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와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택도시개발공사는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을, 주택도시자산공사는 공공임대 운영 등 주거복지와 자산비축 기능을 맡는다.
정부는 성격이 다른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한 조직에서 함께 수행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은 속도와 사업성이 중요하고, 주거복지는 공공성이 우선되는 만큼 기능을 나눠 각 역할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범한 LH 개혁위원회에서도 LH의 사업방식과 기능·역할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이 논의돼왔다.
다만 실제 분사 과정에서 기존 자산과 부채를 어떻게 나눌지가 핵심 과제로 남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H 부채는 173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6000억원 늘었다. 부채비율도 217.7%에서 230.8%로 높아졌다. 이번 방안에는 기존 자산과 부채를 두 공사에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주거복지 기능을 맡을 주택도시자산공사의 재정 부담도 변수다. 그동안 LH는 개발사업에서 얻은 수익으로 공공임대 등 주거복지 사업의 손실을 보전해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합공공임대주택 1가구당 실제 사업비 가운데 정부 지원으로 충당되는 비중은 2016년 92.7%에서 지난해 57.8%로 줄었다. 정부 지원으로 메우지 못하는 금액은 같은 기간 800만원에서 1억5400만원으로 커졌고, 지난해 1가구당 발생 부채는 2억8800만원에 달했다.
정부는 분사 이후에도 개발사업 수익 일부를 주거복지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주택도시개발공사의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에 따로 모아 주택도시자산공사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개발이익 가운데 어느 정도를 넘길지 등 세부 기준은 추가로 정해야 한다.
주거복지 기능뿐 아니라 개발 기능을 맡을 공사의 재무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향후 매각 예정인 공동주택용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LH가 직접 주택을 짓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민간에 택지를 매각하면 토지 대금을 곧바로 회수할 수 있지만, 직접시행으로 전환하면 LH가 사업 시행자로서 주택 공급까지 책임져야 해 자금 회수 시점이 늦어진다.
전문가들은 자산·부채와 인력, 기존 사업을 나누는 과정에서 주택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구체적인 이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거정책 전문가는 “LH 내부에서도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출신 간 조직문화가 완전히 섞였다고 보기 어려운데, 다시 조직을 나눈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라며 “분리 이후 두 기관의 역할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