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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대 작품 줄었지만…” 프리즈 CEO “한국 시장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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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작품 한두 점이 팔렸는지가 미술시장 성공의 척도는 아닙니다.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이 거래되고, 규모가 작은 신진 갤러리까지 자신들과 맞는 컬렉터를 만나는 것이 시장의 건전성을 보여줍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프리즈 서울 2026’가 이틀째 열리고 있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한국 미술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준으로 볼 때 시장은 오히려 더 좋아지고 강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리즈 서울 2026’ 개막 이틀째인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크리스텔 샤데 프리즈 페어 총괄 디렉터(왼쪽부터),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프리즈 제공
‘프리즈 서울 2026’ 개막 이틀째인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크리스텔 샤데 프리즈 페어 총괄 디렉터(왼쪽부터),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프리즈 제공

올해 5회째를 맞은 프리즈 서울은 전날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폭스 CEO는 크리스텔 샤데 프리즈 페어 총괄 디렉터,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와 함께 지난 5년간 한국 미술시장의 변화와 프리즈 서울의 성과, 내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주요 갤러리들이 서울에 가져오는 작품의 가격대가 낮아진 것이 한국 컬렉터의 구매력 약화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폭스 CEO는 “올해 시장이 좋았다고 한 것은 한두 건의 고가 작품 판매를 보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며 “고가 작품이 팔리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그것이 시장 전체의 건전성을 대변하지는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133개 갤러리가 모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명 갤러리가 고가 작품 한두 점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작품을 다루는 신진 갤러리 역시 자신들과 맞는 컬렉터를 만나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배경에 대해 “전체 거래액을 봤을 때 더 좋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도 수십억원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국제갤러리는 한국 추상미술 거장 유영국의 1971년작 ‘Work’를 22억∼25억원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공개된 프리즈 서울 판매작 가운데 최고가다. 구매자가 북미 미술관 이사회 멤버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날에는 타데우스 로팍의 아드리안 게니의 2026년작 ‘Figure with Funerary Stele’이 110만 유로, 약 17억원대에 새 주인을 찾았다.

 

폭스 CEO는 지난 5년간 두드러진 변화로 미술관과 큐레이터 등 기관 관계자들의 참여 확대를 꼽았다. 그는 “올해는 150개가 넘는 기관에서 참여했다”며 “기관 컬렉터라고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컬렉터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즈 서울이 단순한 작품 거래 시장을 넘어 아시아 미술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내놨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를 다시 조명해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 있는 경험”이라며 “아시아에 기반을 두고 있는 페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홍콩 시장과 비교해서는 규모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한국 시장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폭스 CEO는 “중국과 홍콩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2, 3위를 다투는 큰 시장이고 규모 면에서는 서울보다 크다”면서도 “중국이나 홍콩 시장보다 서울, 한국 시장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폭스 CEO는 프리즈 서울의 영향력이 코엑스 전시장 안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서울 전역에서 130개가 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며 “프리즈와 키아프, 서울시의 지원이 함께 9월 첫째 주를 하나의 문화주간으로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프리즈는 페어 기간을 넘어 한국 미술계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올해 프리즈 하우스 서울을 연 데 이어 프리즈 매거진 한국어판도 발간해 작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콘텐츠를 국내 독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폭스 CEO는 “프리즈가 일주일짜리 행사에 그치지 않고 연중 서울에서 존재하기를 원한다”며 “이를 통해 컬렉터나 아티스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작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코엑스 공사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처음으로 서로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 프리즈 서울은 DDP로 자리를 옮긴다. 폭스 CEO는 “DDP가 코엑스보다 작은 것은 맞다”면서도 “더 큰 임팩트를 만든다는 것은 DDP 안에서 규모를 키운다는 뜻이 아니라 장소를 넘어 서울 전역에서 더 큰 영향을 만들어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키아프와의 향후 관계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We are still happily married)”고 표현했다. 그는 “내년부터 장소가 분리되는 것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코엑스 공사 때문”이라며 “내년 DDP에서 행사를 치른 뒤 그다음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