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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실종자 위해 기도했어요”… 나라 전체가 추모의 장 [네팔 대홍수 현장을 가다]

사망 1273명·실종 4757명 집계
네팔 정부 “홍수 피해 160만명”

불교사원 등 모여 촛불·향 피워
참사 희생자 위해 ‘눈물의 기도’

수색·구조현장 옆 수십m 구덩이
29일부터 3일까지 274구 묻어

신원 확인된 희생자 장례도 진행
줄지은 화장터마다 뿌연 연기·재

“한국인 실종자에 대한 수색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가족과 부모들에게 힘을 주시길 기도하겠다”.

 

3일(현지시간) 기준 네팔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1200여명을 기록한 가운데 네팔 전역에서 시민들이 실종자를 기다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전날 오후 9시 수도 카트만두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인 부다나트 스투파 사원 안에는 작은 촛불들이 네팔 국기 모양과 지도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놓여 있었다. 가족과 연인 단위 시민들은 쪼그려 앉아 향을 피우거나 초에 불을 붙이며 실종자들의 구조를 기원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네팔 재난관리청은 이날 자국 홍수 사망자가 1252명, 실종자는 4216명이라고 발표했다.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를 합친 사망자는 1273명, 실종자는 4757명으로 집계됐다.

위로의 촛불 2일 오후 9시(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인 부다나트 스투파 사원에서 시몬 라이(20·왼쪽)와 언절리 타망(20)이 대홍수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촛불에 불을 밝히고 있다. 소진영 기자
위로의 촛불 2일 오후 9시(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인 부다나트 스투파 사원에서 시몬 라이(20·왼쪽)와 언절리 타망(20)이 대홍수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촛불에 불을 밝히고 있다. 소진영 기자

4살짜리 아기와 함께 온 디퍽 팅(32)은 한국인 실종자들과 그의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뭐라 말할 수가 없다”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는 “실종 이후 새로운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 같다”며 “너무 마음이 아파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네팔 정부가 공식 발표한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MA) 자료에 따르면 이번 홍수 피해는 티베트 접경 지역 인근인 라수와와 누와코트 지역에 집중됐고, 다딩·고르카·치트완 지역도 피해가 발생해 약 160만명이 대홍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피해 규모가 수천명에 이르고, 외국인 실종자 규모도 상당한 만큼 네팔인들은 함께 초국가적 아픔을 겪고 있다. 네팔 당국은 이 자료에서 주검 수습 건수는 강이 끝나는 치트완에서 321구로 가장 많았고, 외국인 583명을 포함해 3916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외국인 253명을 포함해 1만1814명이 구조됐다. 임시 대피소에 머무는 사람은 누와코트 지역에 2278명을 포함해 3770여명이다.

 

카트만두 지역의 교사인 로디트리 부티아도 이곳을 찾아 기도했다.

 

그는 “수해 지역 출신 학생과 졸업생이 많아 그들의 평화를 빌었다”며 “학생 15명으로부터 자신의 집과 가족들이 쓸려 내려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 학교가 모두 슬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수업에 들어갔다는 그는 “무거운 공기를 잊지 못한다”며 “일부 학생들이 가족과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고 사고 소식을 들은 학생들이 모두 침묵하며 함께 아픔을 공감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2일 오후 네팔 치트완 데브가트 사원 숲속 단체 매장지 입구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이 걸려 있다.
2일 오후 네팔 치트완 데브가트 사원 숲속 단체 매장지 입구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이 걸려 있다.
2일 오후 네팔 치트완 데브가트 사원 숲속 단체 매장지에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홍수 피해자들의 주검이 DNA 식별 번호와 함께 묻혀 있다.
2일 오후 네팔 치트완 데브가트 사원 숲속 단체 매장지에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홍수 피해자들의 주검이 DNA 식별 번호와 함께 묻혀 있다.

신원 불명자들의 시신이 DNA 일련번호와 함께 매장되어 있는 치트완 데브가트 사원의 숲속 매장지에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꽃이 놓여 있었다.

 

전날 진행된 추모식의 촛불과 향도 널브러져 있었다. 하지만 당국이 실종자 4000여명에 대한 수색과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바로 옆에는 수십m 길이의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네팔 당국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주검 274구를 이곳에 묻었다.

 

2일 오후 9시(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인 부다나트 스투파 사원에서 로디트리 부티아 남길 중등학교 교사가 대홍수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2일 오후 9시(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인 부다나트 스투파 사원에서 로디트리 부티아 남길 중등학교 교사가 대홍수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도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전 카트만두 내 가장 큰 힌두 사원인 파슈피트나트 사원에서는 재래식 화장터 8곳 중 1곳 빼고 장례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라수와로 출장을 떠났던 공무원이었던 희생자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라수와는 한국인 연락두절자 9명이 근무하던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인근이다. 나와쿨 셔르마(33)는 “일주일이나 지나 고르카 지역에서 시체가 발견됐다”며 “아주 똑똑했던 남동생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잃었다”고 울먹였다. 라슈와에서 고르카까지는 직선거리로 80㎞ 정도 떨어져 있다.

발전소 현장에 착륙한 헬기 네팔·티베트 대홍수 발생 9일째인 3일(현지시간) 토사로 뒤덮인 네팔 라수와 지역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헬기가 착륙해 있다. 이곳은 한국남동발전·두산에너빌리티가 건설하던 발전소로, UT-1 발전소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9명은 실종된 상태다. 라수와=뉴시스
발전소 현장에 착륙한 헬기 네팔·티베트 대홍수 발생 9일째인 3일(현지시간) 토사로 뒤덮인 네팔 라수와 지역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헬기가 착륙해 있다. 이곳은 한국남동발전·두산에너빌리티가 건설하던 발전소로, UT-1 발전소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9명은 실종된 상태다. 라수와=뉴시스

바그마티강을 따라 줄지은 화장터 인근에는 뿌연 연기와 재가 튀어 올랐다. 20명 규모의 유가족은 들것에 실린 희생자의 주검을 3바퀴 돌며 마지막 의식을 치른 뒤 직접 불을 붙였다. 셔르마는 “동생이 재가 되어 좋은 곳으로 가 다음 생에 만나기를 기원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일간 99명의 장례가 치러졌다”며 “그 와중에도 하루 평균 5∼6구가 새롭게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