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의 하교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이 본격적인 공론화 장에 올랐다. 초등학교 입학 후 발생하는 돌봄 공백과 사교육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공교육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교원단체들은 ‘보육’과 ‘교육’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국가교육위원회·국회미래연구원·한국교육개발원은 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초등 1·2학년 수업 시간을 오후 3시로 늦추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앞서 2018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이를 추진했으나 교원단체 반발로 무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초등 1·2학년의 연간 수업시간은 581시간으로 OECD 평균(815시간)보다 234시간(28.7%) 적다. 최장국인 미국(974시간)보다는 300시간 이상 적고, 주요 7개국(G7) 중 가장 짧은 일본(768시간), 독일(774시간)보다도 100시간 이상 적은 최하위권이다.
발제를 맡은 황인혁·성문주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OECD와의 격차가 심해진다”며 “입학 전 유치원·어린이집에서는 통상 오후 4∼5시까지 체류하지만, 초등 1·2학년 정규교육은 오후 1시 전후 종료된다. 늘봄학교를 포함해도 통상 오후 3시에 끝나 학교 밖 돌봄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육아휴직이나 사교육에 기대는 실정이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영세 사업체 종사자일수록 육아휴직을 쓰기 어렵고, 돌봄을 사교육으로 대체하더라도 가구 소득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체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78.4%인 반면, 4인 이하 영세 사업체는 41%에 불과했다. 맞벌이 가구의 보육 목적 사교육 이용률도 일반교과 46%, 예체능 55%로 외벌이 가구보다 최대 4배 이상 높았다.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학생·학부모연구실장은 “이 문제는 돌봄을 학교가 대신 맡자는 게 아니라 교육 경험 격차의 완화를 위한 대안적 접근으로 봐야 한다”며 “아이 경험의 양과 질이 가정 소득 격차에 따라 달라지는 지점에서 공교육이 개입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업 연장을 2단계(1단계: 초3∼4 수준, 2단계: 초5∼6 수준)로 나누어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교원단체들은 아동 발달과 교사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선 한국교총 부회장은 “공공성의 핵심은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시간을 의무화하는 데 있기보다, 필요한 아이가 가정의 소득이나 지역 때문에 필요한 경험에서 배제되지 않게 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욱 전교조 전북지부 교권국장도 “아동의 하루는 부모의 퇴근시간에 맞춰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장우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조직위원장은 “교사의 행정업무, 생활지도, 학부모 민원 등 부담이 큰 상황에서 교육시간을 확대하면 업무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사노조와 한국교총 등은 이날 국회도서관 앞에서 피케팅 시위를 진행했다. 교사노조는 “학생의 체류시간부터 늘릴 것이 아니라 전담 인력과 별도의 휴식·돌봄 공간, 사고와 민원에 대한 기관 중심의 책임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반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