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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바로크풍의 고전주의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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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의 한 시대에 하나의 미술 양식만이 유행하지는 않았다. 특히 17세기가 그랬다. ‘불규칙적인’이란 뜻을 품은 감성적 경향의 바로크 미술이 로마에서 시작해서 전 유럽으로 확산될 때, 유독 프랑스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루이 14세가 정치적 안정의 시대를 이루고, 외부로부터의 영향에 휩쓸리지 않도록 한 덕분이었다.

프랑스인들은 이 시대 미술을 바로크 미술과 구분해서 ‘고전주의‘ 또는 ‘루이 14세 양식’이라고 불렀다. 고전적 고대의 양식과 주제를 바탕으로 삼았고, 방법에서는 균형과 절제를 중시하는 이성적 경향을 선보였다.

클로드 로랭 전원풍경 1648년경.
클로드 로랭 전원풍경 1648년경.

하지만 이런 고전주의도 바로크라는 시대적 흐름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 바로크적 특성을 반영하되 절제되고 균형 잡힌 형식 속에 담으려 했다. 그래서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는 ‘고전주의적 바로크’ 또는 ‘바로크적 고전주의’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특징의 전형을 풍경화로 보여준 화가가 클로드 로랭이었다. 그는 생애의 대부분을 로마에서 보냈고, 장엄한 유적들이 있는 로마 근교를 답사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탄생한 ‘전원풍경’은 바로크풍의 감성적 경향으로 가득하다. 전경의 두 인물에서 풀을 뜯는 소떼와 나무들을 거쳐 멀리 보이는 성곽으로 향하는 지그재그식 전개가 공간의 운동감을 만들어낸다. 나뭇잎들의 불규칙하고 오밀조밀한 형태와 색채 변화는 바로크풍 묘사를 연상케 한다. 노을이 산 너머로 지면서 붉은 기운을 뿜어 사방으로 퍼지며 고즈넉한 저녁 분위기로 우리를 물들이고 있다.

그런데 로랭이 좌우 수직 축의 나무들로 정형화된 틀을 만들어 화면 전체를 정돈된 형식 안에 자리 잡게 했다. 인물과 소떼의 전경, 성곽이 자리 잡은 중경, 노을 아래 산의 원경을 르네상스식 그림처럼 그림 표면을 향해서 평행하게 중첩시키면서 꽉 짜인 이성적 구도의 그림을 만들었다. 그 결과, 평온한 목가적 정경이 되고 안정과 균형을 추구했던 고대에 대한 추억과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바로크풍의 고전주의 화가’로 불리는 로랭 그림만의 매력이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