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들이 제각기 다른 리듬으로 몸을 움직인다. 한쪽에서는 천천히 몸을 접고, 다른 쪽에서는 몸을 튕기듯 일으킨다. 따로 움직이던 몸은 조금씩 같은 호흡을 타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얽힌다. 객석은 없다. 관람객은 무용수 사이를 직접 오가며 움직임 안으로 들어간다.
3일 서울 성동구 시몬스 갤러리 성수에서 막을 올린 시몬스의 아트 프로젝트 ‘The breath before inspiration(영감 직전의 숨결)’이다.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마련된 이번 프로젝트는 ‘잠’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를 퍼포먼스와 음악, 영상, 미식 등 감각적 경험으로 풀어냈다.
관람객은 현실에서 출발해 꿈에 들어갔다 다시 깨어나는 흐름을 따라가며 공간을 직접 이동한다. 꿈의 공간에서는 ‘고요·유연·회복탄력·구조’라는 네 개의 개념이 서로 다른 신체 움직임으로 펼쳐진다. 곳곳에서 반복되던 움직임은 점차 하나로 합쳐지며 수면 중 이어지는 호흡과 신체의 순환을 형상화한다.
꿈의 여정은 ‘깨어남’의 장면에서 마무리된다. 관람객이 현실의 공간으로 이동하면 피아노 앞에 앉은 소년과 마주한다. 소년이 건반을 누르는 순간 꿈속에서 축적된 감각과 영감이 현실의 소리로 바뀐다는 설정이다. 깊은 잠을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이 시작되는 상태로 바라본 이번 프로젝트의 메시지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공간의 감각은 음악과 영상, 미식으로도 이어진다. 프로듀서 그레이(GRAY)가 프로젝트의 음악을 맡았고, 꿈의 장면을 구현한 영상이 퍼포먼스의 흐름을 잇는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노마’ 출신 변종인 셰프는 4종의 아뮤즈 부쉬를 선보이고, ‘아시아 50 베스트 바’에서 3년 연속 2위에 오른 제스트도 칵테일 페어링으로 참여했다.
키아프·프리즈 서울을 전후해 미술과 기업의 접점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미술관이나 아트페어 후원, 작가와의 협업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 자체를 전시와 공연 등 예술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을 직접 알리는 대신 문화적 경험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를 각인하려는 시도다.
그동안 ‘침대 없는 침대’ 브랜딩을 해온 시몬스 역시 이번 프로젝트에서 유명 작가의 작품이나 제품을 앞세우는 대신 브랜드의 출발점인 ‘잠’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관람객이 마주하는 것은 하나의 개별 작품이라기보다 ‘깊은 잠 이후 영감이 찾아온다’는 브랜드의 세계관에 가깝다. 시몬스 관계자는 “제품을 직접 설명하거나 노출하기보다 브랜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치와 경험을 새로운 콘텐츠로 풀어내는 시도를 이어왔다”며 “이번에는 그 질문을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행사는 5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