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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스님 연임, 조계종은 변화를 주문했다 [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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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현직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연임에 성공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전체 선거인단 321명 가운데 진우 스님은 183표, 경우 스님은 138표를 얻었다. 단 한 명의 불참자도, 한 장의 무효표도 없었다. 321명의 선거인이 모두 투표해 자신의 선택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진우 스님은 과반인 161표를 22표 웃돌며 승리했지만, 표차는 45표였다. 승패는 명확했으나 어느 한쪽이 압도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결과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종단의 정신적 지도자인 종정과 달리 행정과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실질적인 수장이다. 전국 3500여 개 사찰과 1만2000여 명의 스님이 속한 종단을 이끌고, 본·말사 주지 인사와 종단 예산, 사찰 재산 관리 등에 폭넓은 권한을 행사한다. 그만큼 누가 총무원장이 되느냐는 조계종 내부를 넘어 한국불교의 향방과도 연결된다.

 

총무원장은 전체 스님이나 신도가 직접 뽑지 않는다. 조계종의 입법기구인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각각 10명씩 선출한 교구 대표 240명 등 모두 321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투표한다. 종단의 중앙과 지역을 함께 반영하기 위한 간접선거 방식이다. 오랜 종무 경험과 수행 이력을 갖춘 스님들이 후보자의 자질을 살핀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체 종도의 뜻을 폭넓게 반영하기에는 선거인단의 규모가 작고 교구본사와 종책모임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선거가 주목된 것은 2017년 이후 9년 만에 복수 후보가 끝까지 경쟁한 실질적인 경선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 제36대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잇따른 사퇴로 원행 스님이 사실상 단독 후보가 됐고, 2022년 제37대 선거에서는 진우 스님이 단독 입후보해 투표 없이 당선됐다. 종단의 수장을 합의 추대하는 방식은 갈등과 후유증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선택과 검증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모처럼 두 후보의 경력과 종책, 종단 운영 구상을 표로 평가했다는 의미가 있다.

 

진우 스님의 승리는 무엇보다 현직 총무원장으로서 구축한 탄탄한 입지를 보여준다. 그는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교육원장, 백양사 주지 등을 거쳐 종단의 중앙행정과 교구 운영을 두루 경험했다. 지난 4년 동안 종단의 안정을 유지하고 명상과 선 수행을 대중화하며 한국불교의 사회적 위상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는다. 선거를 앞두고 중앙종회의원 81명 가운데 53명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한 사실은 그의 조직적 기반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줬다.

 

진우 스님은 이번 선거에서 ‘안정에서 도약으로’를 내세웠다. 선거인단은 리더십 교체보다 지난 4년의 성과를 이어갈 안정적인 지도력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조계종이 출가자 감소와 사찰의 고령화, 탈종교화, 지역불교의 쇠퇴라는 복합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경험과 연속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진우 스님의 연임은 현 집행부의 운영 방향에 대한 신임인 동시에 앞으로 4년 동안 약속한 변화를 실제 성과로 보여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우 스님이 얻은 표의 의미도 결코 가볍지 않다. 전체 선거인의 약 43%가 현직이 아닌 새로운 선택을 원했다. 경우 스님은 지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총무원 사서실장과 제15·16대 중앙종회의원, 선운사 주지를 지냈다. 선운사 주지를 세 차례 연임하며 교구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고, 중앙종회 최대 종책모임으로 꼽히는 불교광장의 대표도 맡았다. 종단 내부를 잘 아는 행정가가 기존의 운영 방식에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경우 스님은 교구법 제정과 말사 주지 임명권의 교구 이양, 지방분권형 교구자치제, 비구니의 종단 참여 확대 등을 내걸었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교구와 나누고 지역 사찰이 수행과 포교의 실질적인 중심이 되도록 하자는 주장이었다. 정념 스님이 후보직을 사퇴하며 경우 스님을 지지한 것도 변화와 분권을 바라는 표를 결집하는 데 힘을 보탰을 것이다.

 

138표는 선거가 끝났다고 버려질 표가 아니다. 안정에 머물지 말고 변화로 나아가라는 죽비 소리다. 중앙의 권한을 교구로 나누고, 비구니와 젊은 스님의 참여를 넓히며, 지역 포교와 승려복지를 강화하라는 요구가 그 안에 담겨 있다. 경우 스님은 패했지만, 종단 전체에 걸친 자신의 존재감과 지지 기반을 확인했다. 동시에 진우 스님에게는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이들의 뜻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진우 스님도 당선 인사에서 선거 과정에서 맺은 모든 인연과 의견을 소중히 품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낮은 자세로 듣겠다고 밝혔다.

 

선거는 승자를 세우는 절차이지만, 패자의 표까지 읽을 때 비로소 공동체의 미래를 여는 힘이 된다.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는 조계종이 안정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갈림길에 서 있음을 보여줬다. 진우 스님의 연임으로 종단 운영의 연속성은 확보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안정 위에 선거에서 드러난 변화의 요구를 올려놓는 일이다. 그것이 이번 선거가 한국불교에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 것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정성수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