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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 어디까지…외환보유액 비공개한 한은 [한강로 경제브리핑]

3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50원대 중반까지 내려가는 등 최근 두 달 사이 200원 가까이 수직낙하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가 이어지겠지만, 글로벌 국채 금리 쇼크 등으로 환율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이 사전 설명 없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세계 순위 정보 제공을 돌연 중단했다. 금 가격 변동 등으로 외환보유액 순위가 자주 바뀌는 과정에서 대외부문 기초 체력과는 괴리된 해석이 자주 이뤄져 시정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정책서민금융 재원 마련을 위해 금융사들이 부담한 출연금이 최근 4년 반 동안 1조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규모가 증가하는 가운데 가운데 부실 확대에 따른 금융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수직낙하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29분 1355.9원까지 내려가며 지난해 7월3일(1353.8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장보다 9.4원 내린 1359.3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환율은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는 받쳐주지 못하면서 연일 하단을 낮추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의 최근 200주 이동평균선이 1380원이기에 위·아래로 1340∼1420원가량에서 움직일 수 있다”며 “하단이 더 내려갈 수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중동전쟁 불확실성,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등이 남아 있기에 연말까지 1340∼1420원을 상·하단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기술적 분석에 근거할 때 단기 하단은 1350원으로 보고 있으나 물량 쏠림이 지속되면 하단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기술적 반등 없이 일방향으로 빠진 장이기에 어느 정도 저가 매수세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환율이 다시 1400원 이상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여전하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 국내 수입기업의 결제 수요, 서학개미 해외 투자, 미국 기준금리와 글로벌 국채 금리 등 상방 요인이 다양하게 잠재해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대규모 현금 배당이 예정돼 있고 외국인이 배당금을 받아 국내에 재투자할 것 같지 않은 데다 수출업체들이 7·8월 고환율에 (달러를) 많이 던져서 최근 반도체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이 관망 추세”라며 “정부와 반도체 기업 등의 대미투자도 남아 있기에 환율이 우상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고유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으로 파급된다면 아직 환율이 위로 갈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낙원 위원도 “환율 하단에 근접했다고 판단되면 수입기업의 환전 수요가 다시 들어올 수 있어 연말에는 환율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은 환율에 상·하방 양방향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유정 연구원은 “미 국채 금리가 오르는 것은 달러 강세 요인이지만 미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달러 약세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원화 강세로 수출입 업체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다만 반도체 수출은 물량 증가가 이어지고 있어서 원화 강세로 인한 부정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물가의 경우 환율이 내려가도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올라가면 물가 영향이 큰 반면 떨어졌을 때는 수입물가 하락으로 물가 하방 압력이 생기나 소득 증대로 수요측 압력도 생기기에 경제주체들의 체감물가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시기에는 달러 관련 상품에 대해 환헤지와 분할 매매 등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 연구원은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라면 자동 환헤지가 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해외 투자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도 괜찮지만, 엔화 자산에 대한 투자를 고민해 볼 만한 시점”이라며 “앞으로 엔화 강세 압박이 나올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산업·금융 등 가치주 관련 주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한은, 외환보유액 순위 25년여만에 비공개 처리 논란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는 매달 제공해온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 자료가 빠져 있다. 월별 자료에서 우리나라 세계 순위를 별도 항목으로 넣지 않은 것은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국제 비교에 전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2001년 2월 말 이후 25년6개월 만이다. 한은은 이 항목을 빼면서 변경 사실이나 배경을 따로 알리지 않았다.

 

한은은 최근 외환보유액 순위 변동 폭이 확대되자 내부적으로 공개 실익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순위는 작년 말까지 세계 9위를 유지하다가 올해 1월 10위, 2월 12위로 떨어졌다. 5월 말에는 13위까지 밀렸다가 6월 말 다시 10위로 세 계단 뛰었다.

 

외환보유액 순위가 한국의 대외건전성과 큰 관련이 없는데 과도한 해석이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한은 측 입장이다. 올해 들어 금 가격 변동으로 외환보유액 순위가 자주 바뀌었음에도 외환건전성 변화와 연관 지어 과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외환당국에 불리한 정보를 숨길 목적으로 보도자료 내 외환보유액 순위를 삭제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필요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베이스 및 개별 중앙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데이터를 입수·가공해 순위를 직접 산출해볼 수 있으므로 비공개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422억8000만달러로 7월 말(4279억5000만달러)보다 143억3000만달러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종전 최대 기록은 2009년5월의 142억9000만달러였다.

 

외환보유액은 6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했다. 역대 최대였던 2021년 10월(4692억1000만달러)보다는 400억달러 남짓 적다. 한은은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운용수익과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 증가액이 더해지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한은이 초과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서 은행들이 남는 외화 자금을 대규모로 한은에 예치한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별로는 유가증권(3870억7000만달러)이 70억7000만달러 늘었고, 예치금(303억달러)은 71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특별인출금(SDR·157억7000만달러)은 6000만달러, IMF 포지션이 3000만달러 늘었다. 금은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47억9000만달러를 유지했다.

 

◆금융사 4년 반만에 서민금융 1.5조 출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금융사들이 납부한 서민금융 출연금은 1조479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2296억원에서 2023년 2741억원, 2024년 3028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4396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3년 만에 91.5% 증가했고, 올해도 6월까지 2393억원이 걷혀 지난해 전체 출연금의 절반을 넘어섰다.

 

가장 많은 부담을 진 곳은 은행권(7099억원)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2022년 1078억원에서 2023년 1184억원, 2024년 1291억원으로 증가하다가 지난해 2162억원으로 1년 만에 67.5% 증가했다. 올해도 6월까지 1384억원이 납부됐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115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958억원, NH농협은행 849억원, 전북은행 751억원, 하나은행 745억원, 우리은행 644억원 순이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카카오뱅크 383억원, 토스뱅크 234억원, 케이뱅크 139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 이어 상호금융 3807억원, 저축은행 2110억원, 보험 1000억원, 여신전문금융 839억원 순으로 출연금을 부담했다.

 

금융사의 출연 규모는 향후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4월 서민금융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통출연요율이 은행권은 기존 0.06%에서 0.1%로, 비은행권은 0.03%에서 0.045%로 각각 인상됐기 때문이다. 

 

정책서민금융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점은 부담 요소다. 올해 6월 말 기준 햇살론15와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은 각 29.0%, 33.7%에 달했다. 햇살론뱅크도 18.7%, 햇살론카드는 22.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