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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눈물이 많지 않아요”...2년 전 드래프트에서 눈물 훔쳤던 LG 박시원, 천하의 곽빈을 쓰러뜨리다 [남정훈의 비욘드 더 그라운드]

[잠실=남정훈 기자] “사실 저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에요”(웃음)

 

3일 잠실 두산전에서 생애 첫 5이닝 투구(무실점)를 통해 생애 첫 승리이자 선발승을 따낸 LG의 2년차 우완 영건 박시원이 경기 뒤 더그아웃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왜 눈물이 화두가 됐을까? 박시원이 경남고 3학년 재학 중이었던 2024년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 경남고 에이스로 활약하던 박시원은 6라운드 60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지명 직후 LG 유니폼을 받아든 박시원은 눈물을 흘렸다. 신인 드래프트 얘기가 나오자 자신이 눈물이 그리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항변한 것이다.

 

‘눈물의 드래프트’로부터 2년여가 흐른 현재. 박시원은 LG 마운드의 미래로 쑥쑥 자라고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엔 1군에서 단 2경기, 1.1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지만, 올해는 전반기부터 꾸준히 불펜에서 기회를 얻더니 후반기부터는 선발 등판의 기회도 얻었다.

 

다만 3일 두산전 이전까진 선발 등판해 5이닝을 채운 적이 없었다.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달 27일 NC전에서는 1.2이닝 8피안타 6자책점으로 크게 무너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3일 두산전. 박시원은 다시 마운드에 섰다. 그러나 경기 전만 해도 그 누구도 박시원이 데뷔 첫 승을 거둘 것이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박시원의 선발 맞상대가 두산을 넘어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는 곽빈이었기 때문이다. LG 염경엽 감독도 경기 전 “(박)시원이가 5이닝 3실점만 해줘도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시원은 곽빈을 의식하지 않고 씩씩하게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최고 149km의 직구를 앞세운 박시원의 씩씩한 투구에 두산 타자들은 좀처럼 대응하지 못했다. 5이닝 동안 피안타 2개, 4사구 2개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박시원은 1-0으로 앞선 6회에 마운드를 이우찬에게 넘겼다. 이우찬을 시작으로 김진수, 김영우, 그리고 데뷔 첫 3연투에 나선 마무리 손주영까지 1이닝씩을 모두 무실점으로 책임지면서 박시원에게 데뷔 첫 승을 선물했다.

 

신인 드래프트 당시를 떠올리던 박시원에게 ‘오늘은 안 우네요?’라고 묻자 “제가 원래는 눈물이 많지 않은데, 드래프트장에서 울어버리는 바람에 첫 인상이 그렇게 남은 것 같다”면서 “이 이미지가 싫진 않다. 이 이미지를 가져가면서 현장에서 울었던 만큼, 간절한 선수라는 이미지로 남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계속 선발 등판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 첫 승에 대한 열망이 있었는데, 이를 오늘 해소한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곽빈이라는 최고의 상대가 신경쓰이진 않았을까. 아니면 그에 뒤지지 않겠다는 마음이 호투로 이어진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박시원은 “전혀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고, 의식을 안 했던 것 같다. 제겐 곽빈 선수를 신경쓰는 것보다는 5이닝을 던지는 게 먼저였다. 상대 투수가 누구다, 이런 걸 의식할 수 없었다. (임)찬규 선배님도 ‘상대 투수 상관없다. 너는 그냥 네가 할 것만 하면 된다. 스트라이크 많이 던져라’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대로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답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9회 등판해 선두타자 양의지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낸 손주영은 김민석에게 2루타성 타구를 맞았고, 중견수 박해민이 이를 끊어내지 못하고 뒤로 흘리면서 김민석이 3루까지 내달렸다. 1사 3루. 땅볼이나 플라이 하나면 1-1 동점이 되어 박시원의 승리투수 자격이 날아갈 수 있었다. 김민석의 3루타 후 조마조마하며 표정이 변하는 박시원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엄연한 물증(?)이 있음에도 박시원은 “저는 (손)주영이 형을 믿었기 때문에 제 첫 승이 날아간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주영이형이 3연투를 하면서까지 제 첫 승을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답했다. 카메라에 잡혔다고 얘기하자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인 박시원은 끝까지 “전혀 주영이형이 점수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다. 타자들이 주영이형 공을 절대로 치지 못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첫 승이 확정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부모님이었다. “부산에 사시기 때문에 오늘 경기를 보러 오진 못하셨다. 집에서 저를 열렬히 응원해주셨을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전하고 싶다”

 

직전 등판에서 NC 타자들에게 난타당했던 박시원이 달라진 비결은 무엇일까. “제가 타자들과 잘 싸웠을 때를 생각해보면 아무 생각없이 그냥 들이받고, 붙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경기를 하면 할수록 ‘안 맞아야겠다. 이닝을 더 끌고 싶다’ 등의 생각이 드니까 더 도망가게 되더라. 도망가다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가운데 던졌다가 맞고...그래서 오늘은 (포수인)동원 선배님의 피드백을 받고 그냥 스트라이크만 던지자고 생각을 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1m93, 93kg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박시원은 불펜으로 나올 땐 직구 스피드가 154km까지 나왔다. 이날 최고 구속은 149km였다. 구속 향상에 대해 묻자 “선발로 나와서 힘을 분배하다 보니 조금씩 덜 나오는데, 적응이 되고 체력적인 부담이 사라지면 선발로 등판해도 구속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프로 데뷔 때 박시원이 그렸던 자신의 미래와 현재의 모습은 어느 정도 일치할까. “3년 안에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자라는 목표를 갖고 입단했었다. 2년 만에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와 있으니 목표에 조금은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저는 100구까지 던질 수 있고, 6이닝, 7이닝도 던질 수 있는 선발 투수가 되고 싶지만, 제 몸 상태에서는 아직 그건 요행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매번 등판 때마다 5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발투수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