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외식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뷔페가 다시 커지고 있다.
1만~2만원을 훌쩍 넘는 외식 메뉴가 흔해지면서 여러 음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뷔페의 가격 경쟁력이 오히려 부각되고 있어서다. 기존 강자인 애슐리퀸즈가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는 가운데 롯데GRS에 이어 아워홈까지 신규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뷔페 브랜드 ‘테이크(TAKE)’ 3호점을 오는 11월 서울 강북구 미아사거리 일대에 연다. 지난 5월 1호점을 연 지 불과 6개월 만에 세 번째 매장까지 출점하는 셈이다.
3호점은 미아사거리역과 직접 연결된 복합상업시설 와이스퀘어에 들어선다. 302평 규모에 좌석은 290석이다.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고 쇼핑·생활편의시설 이용객이 많은 만큼 가족 외식 수요를 겨냥한 입지다.
아워홈이 테이크 확장에 속도를 내는 것은 첫 매장의 초기 성적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종각역 인근 영풍빌딩에 자리 잡은 1호점은 250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평일 점심 2만3900원, 저녁 2만9900원, 주말·공휴일 3만2900원에 세계 각국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주말 기준 메뉴는 130여 종에 달한다.
개점 80일 만에 누적 방문객이 6만명을 넘어섰고 하루 평균 750명 이상이 매장을 찾았다. 점심과 저녁 주요 시간대 예약석이 연이어 마감되고 현장 대기도 이어졌다.
8월 말 기준 누적 방문객은 9만명까지 늘었다.
아워홈은 이 기세를 타고 다음 달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약 240석 규모의 2호점을 연 뒤 11월 미아사거리 3호점까지 출점한다. 사실상 반년 동안 서울 주요 상권 세 곳에 거점을 만드는 셈이다.
단순히 음식 가짓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매장 안에 즐길 거리도 심고 있다.
테이크는 9월부터 11월까지 ‘세계 골목을 따라 떠나는 가을 미식 여행’을 주제로 25종가량의 가을 신메뉴를 선보인다. 고구마와 피칸을 활용한 캐서롤, 무화과 고르곤졸라 피자, 애플 시나몬 패스츄리와 함께 곤드레나물밥과 육전 등 10여 가지 재료를 직접 조합하는 비빔밥도 내놓는다.
종각점에서는 영풍문고와 손잡고 오는 11월 10일까지 ‘TAKE BOOK CLUB’도 운영한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 등장하는 클램차우더,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에서 착안한 소시지 나폴리탄 등 책 속 음식을 실제 메뉴로 풀어낸 방식이다.
앞서 삼양식품 ‘불닭’과 협업한 메뉴가 외국인 고객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서 관심을 끈 데 이어 음식과 콘텐츠를 계속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뷔페 부활을 가장 먼저 보여준 곳은 이랜드이츠의 애슐리퀸즈다.
애슐리는 코로나19와 외식시장 침체를 거치며 매장을 대거 줄였다. 애슐리퀸즈 매장 수는 2022년 59개까지 감소했다. 이후 2023년 77개, 2024년 109개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20개 안팎까지 회복했다. 불과 3년여 만에 점포가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애슐리퀸즈는 올해 상반기에만 신규 매장을 10곳가량 추가했다. 이랜드이츠는 연내 전국 매장을 150개까지 늘리고 애슐리퀸즈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매장 수도 늘리지만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성수낙낙점은 기존 애슐리퀸즈에 지난해 성수동에서 운영했던 ‘하우스오브애슐리’ 팝업 요소를 접목했다. 시즌 메뉴를 먼저 선보이고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와인과 탭비어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등 성수 상권에 맞춘 매장으로 만들었다.
7월 리뉴얼한 그랜드NC송파점은 기존 200평에서 340평으로 몸집을 키웠다. 음식 코너 13곳을 새로 만들거나 강화하고 메뉴 수도 최대 30% 확대했다.
과거처럼 같은 형태의 매장을 복제하는 대신 상권에 따라 음식과 주류, 공간 구성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새로 시장에 들어오는 업체도 있다.
롯데GRS는 지난해 8월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한식 뷔페 브랜드 ‘복주걱’ 1호점을 열었다.
약 70평 규모 매장에서 50여 종의 한식 메뉴를 제공한다. 성인 가격은 평일 1만5900원, 주말·공휴일 1만6900원이다. 고기와 생선, 국·탕류뿐 아니라 손님이 직접 반찬을 골라 만드는 ‘추억의 도시락’ 코너까지 넣었다.
패밀리레스토랑과 한식뷔페 시장이 위축되던 시기에 대기업 계열사가 아예 새 뷔페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계의 시선은 결국 가격으로 모인다.
냉면이나 국밥, 햄버거 세트까지 1만원을 넘나들고 주요 외식 메뉴가 2만원에 가까워지면서 1만~3만원대 뷔페가 과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지 않게 됐다.
반면 특급호텔 뷔페는 올해 들어 가격이 또 오르면서 일부는 성인 1인 가격이 20만원을 넘어섰다.
그 사이 생긴 가격대를 중저가 뷔페가 파고든 셈이다.
실제 외식업계에서는 2만~4만원대 중저가 뷔페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매장을 확대하면서 올해 관련 업체들의 매출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뷔페의 경쟁력이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느냐’였다면 최근에는 조금 다르다.
소비자는 한 끼에 지불하는 돈이 늘어난 만큼 메뉴 선택권과 공간 경험까지 따진다. 업체들도 단순히 음식 가짓수를 늘리는 대신 시즌 메뉴와 주류, 팝업, 브랜드 협업 등을 붙이고 있다.
테이크가 불닭과 영풍문고를 끌어들이고, 애슐리퀸즈가 상권별로 다른 매장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물가가 외식 소비를 위축시켰지만 역설적으로 뷔페에는 다시 기회가 열렸다. 한 끼 가격이 1만~2만원대로 올라선 상황에서 조금 더 지불하고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겠다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줄여야 할 사업으로 취급받던 뷔페를 외식업체들이 다시 늘리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