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접대 의혹'으로 수사받아온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409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해당 접대와 판사 직무 사이 대가성은 입증되지 않아 뇌물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4일 지귀연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께 변호사 두 명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예약제 주점에서 409만원 상당 술값을 결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 부장판사는 이 중 본인이 15만5천원가량을 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393만5천원을 3명으로 나눠도 100만원이 넘는다는 게 공수처 수사 결과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차례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한다.
공수처는 변호사 두 명이 술값을 나눠 냈기 때문에 동일인에게 금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지 부장판사를 함께 접대한다는 의사를 공유하고 비용만 나눠서 낸 것으로 판단했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은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 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들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공수처는 지난해 5월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 부장판사에 대한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지 부장판사는 주점에서 4∼5시간가량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이대환 부장검사는 "택시 호출 기록을 확인한 결과 택시 승차 시간은 주점에 들어간 뒤 4∼5시간 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서 "주점에서 사진을 찍긴 했지만 술은 거의 먹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는데 이러한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 부장판사는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점에서 장시간 술을 먹은 것 같지 않다.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향응 제공자들이 변호사인 점을 고려해 재판 편의 제공 청탁 등 대가성이 있었는지 수사했으나, 접대 당시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 이들이 수임한 사건이 없었던 점 등을 토대로 뇌물죄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가 2013년 수원지법 민사합의부에서 근무할 당시 일행 변호사가 수임한 1심 패소 사건의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선고한 사례도 확인했지만, 접대 시점과 10년가량 차이가 나는 점 등에 미뤄 과거 직무에 대한 대가로도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서 일행들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토대로 수사한 결과 이들이 같은 장소에서 모인 2차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공수처는 2024년 9월 지 부장판사를 포함한 5명이 같은 주점에서 약 416만원 상당 술값을 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1인당 향응액이 83만원으로 100만원 미만이고 직무 관련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2차 사례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가 청탁금지법만으로 고위공직자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공수처 수사대상에는 청탁금지법이 포함되지 않아 해당 혐의만으로는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 다만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는 관련 범죄로서 수사가 가능하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7월 수사심의위를 열어 관련 범죄만으로도 기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고, 이후 법리 검토를 이어 오다가 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건 배당 473일 만이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에게 향응을 제공한 변호사 두 명에 대해서는 처분을 검토 중이다. 고위공직자가 아닌 청탁금지법상 공여자의 경우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앞으로도 계속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사건을 엄정히 수사함으로써 공직기강 확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귀연 부장판사 측은 "공수처의 무리한 사실인정과 법률 적용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지 부장판사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 부장판사는 후배들과의 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바로 이석해 나왔다"며 "설령 공수처 주장대로 (지 부장판사가) 끝까지 모임에 남아있었다고 해도 동일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 등 액수가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모임의 비용은 두 후배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각각 자신의 자금으로 각자 계산한 것"이라며 "두 사람을 하나의 동일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법조인이 고액의 술 접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나모 전 검사는 현직 검사 시절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한 변호사로부터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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