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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연합 ‘독생녀 교리’, 세계 신학계의 언어로 옮기다

양순석 역사신학자, 논문서 ‘실체성령’ 개념으로 체계적 변증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신학적 근간을 이루는 통일신학에서 ‘독생녀’는 핵심 교리다. 그러나 그동안 이 교리는 신앙적 선언과 섭리적 해석의 영역에서 주로 다뤄져 왔다. 특히 전통 기독교 신학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 만큼 이를 어떤 신학적 언어로 설명할 것인지는 오랫동안 남은 과제였다. 역사신학자 양순석 박사(전 한민족선민연구원 연구위원)가 최근 발표한 논문 ‘성령의 실체화와 독생녀 강림: 실체성령 개념을 중심으로 한 역사신학적 변증’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역사신학자 양순석 박사(왼쪽)가 지난 2월 한민족선민연구원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신학자 양순석 박사(왼쪽)가 지난 2월 한민족선민연구원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성령의 육화’ 아닌 ‘성령의 실체화’

 

논문의 핵심 명제는 명확하다. 독생녀는 ‘성령의 육화’가 아니라 ‘성령의 실체화’, 곧 실체성령이라는 것이다.  양 박사에 따르면 여기서 독생녀란, 하나님 자체나 성령이 육화한 존재가 아니라, 타락하지 않은 순수한 혈통으로 태어나 하늘부모님(하나님)의 여성적 성상과 어머니 신성을 온전히 체현하고 신인애일체(神人愛一體)를 이룬 실체성령이자 실체 참어머니를 뜻한다.

 

양 박사가 두 개념을 엄격하게 구분한 것은 의미가 크다. 전통 기독교의 성육신은 하나님의 제2위격인 로고스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의 본성을 취했다는 교리다. 이에 비해 통일원리가 말하는 실체화는 무형의 하나님의 신성이 창조목적을 완성한 인간을 통해 온전히 드러나는 것을 뜻한다. 독생녀를 성령의 육화라고 표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전통 신학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통일원리 고유의 관점에서 그 정체성을 설명하려 한 것이다.

 

양 박사는 독생녀 교리를 가정연합 내부의 주장에만 가두지 않는다. 초기 시리아 기독교에서 성령을 여성형으로 표현하고 어머니로 이해했던 전통, 초대교회의 동정 순교자들, 중세 유럽의 신부신비주의, 근대 성령운동과 한국 신령집단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폭넓게 추적한다. 기독교 역사에서 성령의 여성성과 모성, 그리스도를 맞이할 신부에 대한 열망이 끊임없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기독교 2천 년의 신부 영성을 잇다

 

논문은 이러한 역사를 성령 섭리의 세 단계로 정리한다. 오순절 이후 성령이 영적으로 중생의 역사를 펼친 ‘무형의 역사’, 그리스도의 신부가 될 준비를 해온 ‘신부 준비의 역사’, 그리고 독생녀의 탄생으로 어머니 신성이 실체적으로 나타난 ‘실체 강림’이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신부로 본 교회론적 전통과 개별 영혼을 신부로 이해한 신비론적 전통도 독생녀의 강림에서 하나로 수렴한다고 해석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독생자와 독생녀를 대칭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다. 하늘부모님이 남성성과 여성성을 함께 지닌 이성성상(二性性相)의 존재라면, 그 형상이 남성과 여성의 실체를 통해 온전히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독생자는 하늘부모님의 남성적 신성을 대표하고, 독생녀는 여성적 신성을 대표한다. 두 존재가 1960년 성혼식을 통해 참부모를 이룸으로써 요한계시록의 어린 양 혼인잔치가 실현되고, 무형의 하늘부모님이 실체 참부모로 현현했다는 것이 논문의 결론이다.

 

이 논문의 가장 큰 성과는 독생녀 교리를 단편적인 성서 구절이나 신앙적 고백에 그치지 않고, 기독교 2천 년의 성령론과 신부 영성의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려 했다는 데 있다. 나아가 성부·성자 중심으로 전개돼 온 전통 신학이 충분히 밝히지 못했던 하나님의 여성성과 모성을 복원하고, 이를 ‘하늘부모님’이라는 통일신학의 신관으로 연결했다. 독생녀 교리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체계적인 신학적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선구적인 시도라 할 만하다.

 

독생녀 교리를 신학의 언어로

 

다만 역사 속에 성령의 여성성과 신부 영성이 존재했다는 사실과 특정 인물을 실체성령으로 고백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전자는 문헌과 사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후자는 그 사실에 섭리적 의미를 부여한 신학적 해석이자 신앙고백이다. 두 지점 사이를 더욱 설득력 있게 연결하려면 성서 해석과 교회사적 근거, 통일원리 내부의 논리적 정합성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역사신학적 변증’이 역사적 사실에 의한 객관적 증명을 의미한다기보다 역사의 흐름을 통일신학의 섭리관으로 재해석한 논증이라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양 박사의 연구는 독생녀 교리를 둘러싼 논의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독생녀가 누구인가를 선언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독생녀가 기독교 역사와 신학의 귀결로 이해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려 했기 때문이다. 독생녀 교리를 가정연합 내부의 신앙 언어에서 세계 신학계와 소통할 수 있는 학문적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논문은 그 길을 여는 마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