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 중 하나인 ‘몸국’. 이름은 낯설지만 제주에서는 오래전부터 잔칫날이나 집안의 큰일이 있을 때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눠 먹던 음식이다. 해안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던 모자반과 돼지고기를 활용한 음식으로, 오늘날 고사리해장국과 함께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대표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았다.
5일 제주 공식 관광 가이드북에 따르면 몸국은 돼지고기를 삶아낸 육수에 제주 바다에서 구할 수 있었던 모자반을 넣어 끓인다. 제주에서는 모자반을 ‘몸’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에서 ‘몸국’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몸국에는 제주 사람들의 생활과 식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잔칫날 돼지 잡던 풍습에서 시작
몸국의 유래는 제주도의 독특한 돼지고기 음식문화와 맞닿아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제주에서 돼지고기는 혼례와 상례 등 큰일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였다. 이웃과 친척, 마을 사람들이 돼지를 함께 마련하고 음식을 나누는 과정에서 제주 특유의 돼지고기 음식문화가 발전했으며, 몸국 역시 돼지고기 육수에 모자반을 넣어 만든 음식으로 소개된다.
제주 공식 관광자료에도 몸국과 잔칫날 풍습의 연관성이 소개돼 있다. 과거 제주에서는 잔칫날 돼지를 잡아 고기를 삶았고, 남은 국물에 모자반을 넣어 몸국을 끓여 손님들에게 대접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날 돼지고기를 나누고 남은 육수를 활용해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다.
◆ 왜 하필 모자반을 넣었을까
몸국의 핵심 재료인 모자반은 제주에서 ‘몸’이라 불리는 해조류다. 과거 제주 연안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재료로, 돼지고기를 삶은 국물에 넣어 함께 끓여 먹었다.
돼지고기에서 우러난 진한 육수에 모자반을 넣으면 해조류 특유의 향과 식감이 더해진다. 여기에 돼지고기까지 함께 넣으면 한 냄비로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든든한 국이 된다.
오늘날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몸국 역시 돼지고기 육수에 모자반을 넣는 것이 기본이다. 제주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재료와 돼지고기를 활용해 만든 음식이 오랜 세월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 ‘남은 국물’까지 활용한 제주 사람들의 지혜
몸국에는 제주 특유의 실용적인 식문화도 담겨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과거에는 육지와의 교류가 지금처럼 자유롭지 않았던 만큼, 제주 사람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해산물과 농산물, 가축 등을 최대한 활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돼지는 마을에 큰일이 있을 때 잡아 이웃과 나누던 귀한 식재료였고, 모자반은 제주 앞바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해조류였다. 돼지고기를 삶고 남은 국물까지 버리지 않고 모자반을 넣어 끓이면서, 귀한 고기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한 그릇에 담은 몸국이 탄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일제강점기에는 모자반 대신 고사리 넣기도
몸국과 함께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인 고사리육개장에도 몸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제주 공식 관광자료에 따르면 과거 제주에서는 잔칫날 돼지를 잡은 뒤 남은 국물에 모자반을 넣어 몸국을 끓였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당시 모자반을 수탈당해 몸국을 맛보기 어려워지자, 모자반 대신 고사리를 넣어 끓인 음식이 고사리육개장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한다.
제주식 고사리육개장은 돼지고기 육수에 고사리를 넣고 푹 끓인 뒤 메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육개장과 달리 붉은 국물이 아닌 것이 특징이며, 고사리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뭉근하게 끓여낸다.
몸국과 고사리육개장은 재료는 다르지만 돼지고기를 삶아낸 육수를 바탕으로 제주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넣어 끓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를 활용해 한 끼를 만들어낸 생활 속 음식문화가 두 음식에 함께 담겨 있는 셈이다.
◆ 잔칫날 음식에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외식 메뉴로
몸국 한 그릇에는 제주 사람들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하고, 음식을 이웃과 나누며 함께 먹었던 생활문화가 담겨 있다.
과거 잔칫날 돼지고기와 모자반으로 끓여 여러 사람이 나눠 먹던 음식은 세월이 흐르면서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소박한 재료와 조리법에 담긴 제주 사람들의 삶이 한 그릇의 음식으로 이어지며, 오늘날에는 제주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메뉴 중 하나가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