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폭적인 지방 국립대 육성 정책 추진에 나서면서 대학 입시 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방 거점국립대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눈에 띄게 상승했고, 입시업계에선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지역 사립대학들은 "지역 사립대 생태계를 파괴하는 불균형 정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지방 거점국립대(9개교) 입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등 9개 대학의 2026학년도 정시 평균 경쟁률은 5.68대 1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수시 평균 경쟁률 역시 8.65대 1로 최근 4년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시 지원자 수 자체도 28만252명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
지원자 수 증가뿐만 아니라 합격선도 올랐다. 2026학년도 수시 학생부전형 최종등록자(70%컷 기준)의 내신 합격선은 인문계열 평균 3.69등급, 자연계열 3.58등급으로 나타났다. 2024학년도(인문 3.91, 자연 3.86)와 비교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합격선을 형성했다.
이 같은 쏠림현상은 정부의 파격적인 국립대 지원책과 맞물려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국립대 등록금 0원 정책과 서울대 10개 만들기 대학 지정 등으로 수험생들의 수시 지원 패턴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지방권 학생들은 지거국으로 몰릴 가능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 국립대 30곳의 학생들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등록금 전액을 지원할 방침이다. 2027학년도 신입생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 2030년까지 전체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사립대에 대해서는 '지역 인재 장학금'을 개편해 내년부터 신규 선발 인원을 기존 4,300명에서 1만 명으로 늘리고, 연간 최대 8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도 기존 지방 고교 출신에서 수도권 고교 졸업생까지 확대했지만, 사립대들은 ‘역차별’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28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긴급총회를 열고 "2027학년도 수시 입시를 앞두고 이러한 정책이 시행된다면, 지역사립대의 학생 모집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학생 감소는 교육투자 축소와 대학의 위기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지역의 일자리와 소비, 청년인구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대·동아대·영남대·원광대·전주대·조선대 등 6개 지역 사립대 교수단체도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 정책은 국·사립대 간 망국적 불균형을 초래하는 위헌적·위법적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사총협이 고3 수험생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5%가 "국·사립 구분 없이 국가장학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립대 전액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지역 사립대 진학 희망 비율은 6.6%에서 4.4%로 떨어지는 반면, 거점국립대 진학 희망은 27.6%에서 31.9%로 상승했다.
사립대의 반발이 거세지자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3일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지역 사립대학이 소외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역 산업계의 수요와 인공지능(AI)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사립대의 교육 여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