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LG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을 다시 분할해달라며 유족들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했다. 1심에서 구 회장이 승소했으나, 이에 불복한 선대회장의 부인과 두 딸이 항소장을 내면서 LG 일가의 상속 분쟁은 다시 한 번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8-3부(재판장 임종효)는 4일 고 구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 소송 2심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변론준비기일은 본격적인 변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원고와 피고 양측의 주장과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다.
구 회장과 세 모녀 간 법정 공방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이번 소송전은 2023년 2월 세 모녀가 구 회장을 상대로 구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을 다시 분할해달라며 법원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공식 제기하면서 외부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세 모녀 측은 과거 상속 협의 당시 자신들의 정확한 이해와 동의가 결여된 상태에서 모든 절차가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속재산 분할 협의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만큼, 기존에 작성된 분할 협의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세 모녀는 ㈜LG 지분 등을 법률에 규정된 법정 상속비율인 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의 비율에 맞춰 다시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분쟁의 중심에 선 핵심 자산은 구 선대회장이 남긴 지주회사 ㈜LG의 지분이다. 구 선대회장은 2018년 5월 별세하면서 ㈜LG 주식 11.28%를 남겼다. 선대회장 별세 이후 진행된 상속 협의에 따라 구 회장이 전체 지분 가운데 가장 많은 8.76%를 상속받았다. 이어 장녀인 구연경 대표가 2.01%, 차녀 구연수씨가 0.51%의 주식을 각각 물려받았다. 반면 선대회장의 배우자인 김 여사는 ㈜LG 주식을 전혀 상속받지 않았다.
구 회장 측은 세 모녀의 재분할 청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구 회장 측은 당시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완료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 모녀가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에는 이미 법률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도 모두 지났다며 맞섰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엇갈린 가운데, 1심 재판부는 세 모녀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구 회장 측이 주장한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 도과 여부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를 진행했다. 그러나 본안 판단에서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유효하게 작성됐고, 그 협의서 작성 과정에서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와 구 대표가 재무관리팀 직원들로부터 상속재산 내역과 분할 방식에 관해 여러 차례 구체적인 보고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나아가 이들이 개별 상속재산 항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의사표시를 명확히 했다고 판단했다. 상속 협의 과정에서 정확한 이해나 동의가 없었다는 세 모녀 측의 핵심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세 모녀는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올 3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양측의 법적 갈등은 상속회복청구 소송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구 회장을 상대로 별도의 파양 청구 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이은주 판사는 이번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 전날인 3일 김 여사의 파양 청구를 기각했다. 구 회장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친아들인데,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2004년 양자로 입양됐다.
재판 이후 김 여사는 “구광모 회장이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로 각자의 가정과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이 관계가 정리될 때까지 끝까지 좋은 방법을 찾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