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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만 그런 줄 알았는데”…길음·동탄도 ‘국평 20억’ 뚫렸다 [숫자 뒤의 진실]

수도권 21곳서 ‘국평 20억’ 돌파…1년 새 5곳 늘었다
서울 민간 분양가 평당 6209만원 찍고 역대 2위 기록
중랑 매매 2.4배 뛸 때 강남 매물 15.7% 쌓여 양극화

“강남만 그런 줄 알았어요.”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최근 전용 84㎡ 아파트 최고 거래가격이 20억원을 넘는 지역이 강남권을 넘어 강북권과 경기 남부 주요 주거지로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최근 전용 84㎡ 아파트 최고 거래가격이 20억원을 넘는 지역이 강남권을 넘어 강북권과 경기 남부 주요 주거지로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용 84㎡ 아파트 한 채에 20억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권이나 한강변 인기 단지에서나 볼 수 있던 가격이다.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서울 강북권은 물론 경기 남부 주요 주거지역에서도 ‘국민평형 20억원’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서 전용 84㎡가 처음 20억원에 거래됐고, 동대문구 청량리에서는 21억원을 넘어섰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와 화성시 동탄구에서도 같은 면적 아파트가 20억원 선을 뚫었다.

 

◆강북·경기 남부까지…넓어진 ‘20억 클럽’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바탕으로 8월31일까지 신고된 거래를 집계한 결과, 올해 수도권 21곳에서 전용 84㎡ 아파트 최고 거래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5곳 늘었다.

 

새롭게 이름을 올린 곳은 서울 성북구와 동대문구, 경기 화성시 동탄구와 수원시 영통구, 성남시 수정구 등이다.

 

성북구에서는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98㎡가 지난 7월 2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성북구에서 거래된 같은 면적대 아파트 최고가격인 16억65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한 달 앞선 6월에는 인근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84㎡가 19억1000만원에 손바뀜하며 20억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동대문구에서는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 SKY-L65 전용 84㎡가 지난 7월 2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성동구 금호동 금호벽산도 2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만 5개 단지가 이른바 ‘20억 클럽’에 새로 이름을 올린 셈이다.

 

경기 남부에서도 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39㎡는 지난 7월 21억원에 거래됐다. 화성시 동탄구 여울동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7㎡는 6월4일 22억2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20억원 문턱을 넘지는 않았지만 바로 아래까지 올라온 단지도 적지 않다. 서울 강서구 마곡엠밸리7단지는 19억6000만원, 영등포구 문래자이는 19억5000만원, 은평구 DMC센트럴자이는 19억1000만원까지 거래가격이 뛰었다.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전용 84㎡A도 지난 7월 1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일부 매물의 호가는 이미 20억원을 넘어섰다.

 

한 번 뚫린 단지에서는 20억원대 거래가 반복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센트럴아이파크와 마포구 신수동 마포아이파크포레는 각각 22억원에 손바뀜했다.

 

서울에서 전용 84㎡ 아파트가 처음 20억원을 넘어선 것은 2016년 8월이다. 당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가 21억원에 거래되며 이른바 ‘국평 20억 시대’를 열었다.

 

이후 강남권 래미안퍼스티지·압구정현대 등을 거쳐 2020년대 들어 마포·강동·동작·광진 등 한강벨트로 확산했다. 최근에는 이 흐름이 강북권 인기 주거지와 경기 남부 핵심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치솟은 분양가…기존 신축도 덩달아 ‘재평가’

 

기존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리는 배경에는 크게 높아진 분양가가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격은 ㎡당 1878만1000원으로, 전월(1864만9000원) 대비 0.71% 올랐다.

 

3.3㎡ 기준으로 환산하면 6208만6000원이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 5월의 6355만원보다는 낮지만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서울 3.3㎡당 분양가는 1년 전 4544만원보다 36.6% 올랐다.

 

공사비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59로, 1년 전보다 5.8%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분이 정비사업 공사비와 신규 분양가에 반영되면서 신축 공급가격을 밀어 올리는 구조다.

 

서울 입주 물량의 약 90%가 재개발·재건축에서 나오는 만큼, 공사비 상승은 분양가를 거쳐 지역 전체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양가가 오르면 인근 준신축과 입지가 좋은 기존 아파트도 다시 평가받는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데 드는 비용과 이미 지어진 신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비용의 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높은 분양가와 옵션비, 중도금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입주 시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역세권과 생활 기반을 갖춘 기존 신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성북구 아파트값은 12.4% 올라 서울 25개 자치구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구로(10.2%), 강서(10.1%), 서대문(10.0%), 관악(9.5%)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에서는 화성 동탄(17.0%), 광명(13.6%), 용인 수지(13.5%), 안양 동안(12.6%), 성남 분당(12.2%)이 서울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랑 거래 2.4배 늘 때 강남은 매물 증가

 

가격뿐 아니라 거래 흐름에서도 지역별 온도차가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27일 신고 기준)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720건으로 집계됐다. 6월 5287건보다 8.2% 늘었다.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곳은 중랑구다. 중랑구 아파트 거래량은 6월 211건에서 7월 501건으로 137.4%, 약 2.4배로 뛰었다. 월 기준으로 거래량이 500건을 넘어선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중랑구 대장주로 꼽히는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는 최근 15억4000만원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동작구도 같은 기간 거래량이 52.3% 증가했다. 중구는 26.3%, 강북구는 21.5%, 관악구는 20.0%, 구로구는 19.7%, 금천구는 17.3% 늘어 서울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강남3구에서는 흐름이 갈렸다. 거래가 늘어난 곳은 송파구(278건→302건)뿐이었고, 서초구와 강남구는 오히려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를 보면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8월3일 9453건에서 8월31일 1만941건으로,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15.7% 늘었다.

 

중랑구 거래 증가와 강남구 매물 확대가 수요의 직접적인 이동을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집값과 세제, 대출 규제 등 시장에 미치는 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거래 흐름도 엇갈린다. 강남과 한강변 주요 단지 가격이 먼저 오른 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역세권 대단지와 준신축으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20억원 안팎의 가격은 대출을 활용해도 상당한 현금 동원력을 요구한다. 결국 비강남권에서도 입지와 연식, 교통 여건을 갖춘 일부 단지에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최고가 20억과 지역 평균 시세는 다르다

 

특정 단지의 전용 84㎡가 20억원에 거래됐더라도 해당 지역 집값 전체가 20억원대로 올라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도권 21곳 역시 각 지역에서 전용 84㎡ 최고 거래가가 20억원을 넘은 곳을 집계한 결과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구축과 신축, 역세권과 비역세권, 대단지와 소규모 단지 사이의 가격 차이는 여전히 크다. 최근 상승세 역시 신축·준신축과 교통 여건이 좋은 일부 대단지에 집중됐다.

 

수도권 전용 84㎡ 아파트 최고 거래가격이 20억원을 넘는 지역이 강남권을 넘어 성북 길음·동대문 청량리·화성 동탄·수원 영통 등으로 확산하는 흐름을 표현한 이미지. 중랑구는 거래량이 2.4배 늘어난 반면 강남구는 매물이 15.7% 증가하며 지역별 온도차가 나타났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수도권 전용 84㎡ 아파트 최고 거래가격이 20억원을 넘는 지역이 강남권을 넘어 성북 길음·동대문 청량리·화성 동탄·수원 영통 등으로 확산하는 흐름을 표현한 이미지. 중랑구는 거래량이 2.4배 늘어난 반면 강남구는 매물이 15.7% 증가하며 지역별 온도차가 나타났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최고가 거래 한 건만으로 지역 전체 시세가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거래가 이어지지 않거나 금리·대출 여건이 나빠지면 가격이 다시 내려갈 수 있다. 대출 비중이 큰 고가 단지는 금융시장 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국평 20억원’ 단지가 늘었지만 수도권 집값 전체가 그 수준까지 오른 것은 아니다. 같은 지역에서도 신축이나 역세권 대단지 등 선호 단지가 가격을 먼저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강남과 한강변에 집중됐던 20억원대 거래가 강북권 인기 단지와 경기 남부 주요 주거지로 번지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띈다. 20억원이 더 이상 강남에서만 볼 수 있는 가격은 아니라는 의미다. 같은 지역에서도 선호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의 가격 차가 벌어지는 모습도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