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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 하나로 55년 버텼는데”…하인즈·오뚜기, ‘소스 전쟁’ 판 커졌다

식탁 한쪽에 놓인 케첩 한 병을 둘러싼 유통업계 경쟁이 달라지고 있다.

 

하인즈 제공
하인즈 제공

오뚜기와 하인즈가 장기간 쌓아온 케첩 브랜드 경쟁력에 대상 청정원과 동원홈푸드 비비드키친 등이 ‘저당·저칼로리’를 앞세워 가세하면서다. 단순히 토마토케첩을 많이 파는 경쟁을 넘어 소비자 취향과 건강, 요리별 용도까지 세분화한 ‘소스 전쟁’으로 판이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식품기업 하인즈는 ‘2026 올해의 브랜드 대상’ 케첩 부문에서 3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하인즈는 국내에서 대표 제품인 토마토케첩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는 동시에 최근에는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경험하는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 사례가 지난 4월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과 진행한 ‘케첩모임’이다. 서울 을지로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감자튀김과 계란말이, 스팸 등 다양한 음식과 하인즈 케첩을 함께 맛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당초 100명 모집에 약 9000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약 90대 1에 달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마케팅은 이어졌다. 하인즈는 토마토케첩과 프라이드 치킨소스를 500명에게 증정하고 행사장에서 사용한 ‘레드 테이블·의자’ 세트를 소상공인 20곳에 기부했다.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를 경험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힌 셈이다.

 

국내 케첩 시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는 오뚜기다.

 

오뚜기는 1971년 8월 국내 식품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토마토케첩을 선보였다. 당시 제품 이름은 ‘도마도 케챂’이었다. 회사 공식 연혁에도 1971년 케챂 출시 기록이 남아 있다.

 

장수 기록도 눈에 띈다. 출시 50주년을 맞았던 2021년 기준 국내 누적 판매량은 약 141만t이었다. 이를 300g 튜브 제품으로 환산하면 약 47억개에 해당한다. 당시 인구를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약 91개를 소비한 규모다.

 

오뚜기는 장수 제품이라고 해서 케첩 자체에만 머물지도 않았다. 케첩과 마요네스를 섞어 먹는 소비자들의 조리법을 상품화한 ‘케요네스’를 정식 제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스낵 제품에 동봉됐던 소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별도 판매 요청을 받자 실제 상품으로 확장한 사례다.

 

하인즈가 글로벌 브랜드와 체험 마케팅을 무기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면, 오뚜기는 국내 식탁에서 수십년간 축적한 친숙함과 제품 확장성으로 맞서는 구도다.

 

최근 소스 시장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저당’이다.

 

대상 청정원은 지난해 6월부터 선보인 ‘LOWTAG(로우태그)’ 저당 소스·드레싱이 출시 약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 누적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데리야끼·양파절임·양념치킨·타르타르·마라소스 등 저당 소스 5종을 추가로 출시했다.

 

이미 저당 토마토케찹과 굴소스, 스위트칠리소스, 돈까스소스, 허니머스타드, 발사믹·오리엔탈·참깨 드레싱 등을 판매하고 있어 저당 영역이 특정 제품이 아닌 하나의 소스 제품군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소스를 사용하는 방식도 세분화되고 있다. 청정원은 지난 4월 수제 피클을 만드는 데 특화한 ‘피클링소스’를 내놨다. 하나의 소스로 여러 요리를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요리에 최적화한 이른바 ‘모노유즈’ 제품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장아찌 간장소스와 장조림 간장소스, 비빔면 소스 등도 같은 흐름에 속한다.

 

동원홈푸드는 비비드키친을 앞세워 저당·저칼로리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2020년 출범한 비비드키친은 저칼로리 토마토케첩을 비롯해 스리라차·스위트칠리·치킨양념소스와 각종 저당 한식 소스를 판매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칸타 자료를 인용한 동원홈푸드에 따르면 비비드키친은 케첩과 마요네즈를 제외한 국내 저당·저칼로리 소스 시장에서 2023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2년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소스에서 간편식으로 제품 영역도 넓히고 있다. 비비드키친 소스를 활용한 저당 브리또는 출시 1년 만에 월 판매량이 약 6배 증가했고, 회사는 올해도 관련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K소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치 살사와 김치 치폴레 마요, 고추장 핫소스, 불고기 BBQ소스 등을 미국과 호주, 캐나다, 베트남 등에 선보이고 있다. 올해 공개된 동원그룹 자료에 따르면 비비드키친은 미국 아마존 판매 시작 이후 1년간 매출이 600%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소스 시장에서 기존 브랜드 인지도만큼이나 ‘저당·저칼로리’, 특정 음식에 맞춘 용도형 제품, 소비자 체험과 SNS 확산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케첩이나 마요네즈처럼 가정에 한두 개씩 갖춰놓는 범용 제품이 소스 시장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같은 소비자도 음식과 식단에 따라 여러 종류의 소스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장수 브랜드 역시 기존 제품의 인지도에만 기대기보다 건강과 취향, 새로운 사용 경험을 결합하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