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장기 집회에 나선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벌어진 보상 격차를 줄여달라는 게 핵심 요구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동행노조는 오는 18일 발대식을 열고 서울 용산구 이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와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종료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집회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날에는 1인 시위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동행노조는 지난 5월 타결된 삼성전자 임금협상에서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맡은 DX 부문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주장한다.
당시 노사는 DS 부문에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한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다. DX 부문과 CSS사업팀 직원에게는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고 평균 임금 인상률을 6.2%로 정했다.
동행노조는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던 시기 DX 부문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반도체 투자 등 전사 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인 만큼, 반도체 호황의 성과 역시 전사 구성원이 함께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요구안에는 DX 부문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을 비롯해 전사 성과의 일정 비율을 활용한 공통 재원 마련, 사업 부문과 관계없는 동일한 기본급 인상률(Base-up) 적용 등이 담겼다.
논란의 핵심은 동행노조가 임금교섭 도중 공동교섭단을 떠난 뒤 협약이 체결된 이후 추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행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초기업노조, 전국삼성전자노조와 공동교섭단을 꾸려 사측과 협상했다. 그러나 DX 부문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교섭이 DS 부문 중심으로 흘러간다며 지난 5월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했다.
회사 측은 5개월 넘게 이어진 교섭 과정에서 동행노조가 DX 부문 자사주 지급이나 별도 추가 보상을 공식 안건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자사주 1000주 요구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도 임금협약 타결 이후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동행노조는 공동교섭단이 DX 부문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맞선다.
반면 재계에서는 교섭에서 이탈한 뒤 이미 체결된 협약의 내용을 다시 바꾸라고 요구할 경우 노사 합의 절차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27일 임금협약을 최종 체결했다.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73.7%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동행노조 측이 법원에 낸 잠정합의안과 임금협약 효력정지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본협약이 이미 체결돼 잠정합의안 효력을 별도로 정지할 실익이 없다며 해당 신청을 각하했다. 임금협약 효력정지 신청은 받아들일 이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고 기각했다.
법원이 임금협약 자체의 무효 여부까지 본안에서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니다. 재판부 역시 본안소송을 통한 권리구제 가능성은 열어뒀다. 교섭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시행 중인 협약을 장외 투쟁을 통해 다시 문제 삼는 방식에는 적지 않은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동행노조가 요구한 자사주 1000주 지급의 현실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4일 삼성전자 종가 25만5500원을 적용하면 자사주 1000주의 가치는 1인당 2억5550만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DX 부문 정규직 5만214명에게 모두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규모는 약 12조8297억원이다.
지난 7월 실제 지급된 자사주는 DX 부문과 CSS사업팀 직원 4만9345명을 대상으로 한 108만3434주다. 당시 주가 기준 약 3445억원 규모다.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1인당 주식 가치는 합의 당시 600만원 수준에서 현재 약 700만원으로 불어났다.
재계에서는 DX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실적과 무관하게 12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지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과 보상 원칙과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이유다.
이사회가 대규모 추가 보상을 결정할 경우 주주들의 문제 제기나 법적 분쟁 가능성이 거론될 수도 있다.
경영진의 법적 책임 여부는 지급 목적과 절차, 회사에 미치는 영향, 이사회 판단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 사안이다.
집회 장소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임금교섭 상대는 회사인데 서초사옥을 넘어 총수 개인 주거지 인근까지 찾아가는 방식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주거지역에서 열리는 집회가 재산이나 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고 거주자 등이 보호를 요청할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인 시위는 일반적으로 집시법상 신고 대상인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 동행노조가 집회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날에도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히자 재계 일각에서는 주거지역 보호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입장에서는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시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인근 주민들이 소음이나 통행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동행노조는 지난달 21일에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보상체계 개편과 경영진과의 직접 소통을 요구했다.
자사주 1000주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면 회사가 객관적인 기여도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함께 검증하자는 입장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교섭과 투표, 법원 판단까지 거친 사안을 회장 자택 앞으로 가져가는 방식은 명분과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남는다”며 “소모적인 갈등보다 DX 부문의 실적 회복과 지속 가능한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