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유엔 사무총장 선출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유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유엔 193개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총회가 더 비중있는 기구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력 행사 등 강제 조치권 발동이 가능한 안보리의 존재감이 훨씬 크다.
4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퇴임을 앞둔 아날레나 베어복(45) 유엔 총회 의장은 최근 회원국들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안보리의 불투명성을 강하게 성토했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들을 상대로 한 예비 선거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안보리의 신뢰성을 저해함은 물론 총회와 회원국들의 권익도 침해했다는 것이다.
베어복 의장은 독일 외교부 장관(2021∼2025년 재직) 출신으로 지난 2025년 9월 임기 1년의 유엔 총회 의장에 취임했다.
현재 유엔은 오는 2027년 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새 사무총장 선거가 최대 화두다. 유엔 고유의 대륙별 안배 원칙에 따라 이번에는 중남미·카리브해 국가들이 사무총장을 배출할 순서다. 현재까지 8명의 전직 대통령, 전직 외교관, 현직 국제기구 대표 등이 입후보를 선언했다. 대다수인 6명이 중남미·카리브해 국가 출신이고, 2명은 아프리카 국가인데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가 추천하는 인물을 총회에서 추인(追認)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이에 따라 안보리는 이미 몇 차례 예비 투표를 실시했다. 그런데 절대 강세를 보인 후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꼭 10년 전인 2016년 10월 중순 현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전 포르투갈 총리)의 당선이 확정된 점을 감안하면 지금쯤 유력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현재로서는오리무중인 셈이다.
베어복 의장이 안보리를 비판한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거부권을 지닌 5대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를 비롯한 안보리 15개 이사국들이 밀실에서 자기들끼리 야합을 하고 있다는 취지인 셈이다. 베어복 의장은 앞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가 미국과 러시아로부터 ‘총회 의장의 월권’이란 경고를 들었다. 두 나라는 “사무총장 선출과 관련된 안보리 논의는 비밀주의가 원칙”이란 입장이 확고하다.
유엔 총회를 대표하는 베어복 의장은 사무총장 선출에서 총회의 권한 확대도 주장하고 나섰다. 지금까지는 안보리가 단수 후보를 정해 총회에 추천해왔다. 이에 총회는 만장일치로 해당 후보를 선출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안보리 소속 15개국이 사무총장을 좌우해 온 셈이다. 베어복 의장은 안보리를 향해 “여러 명의 복수 후보를 추천해 총회에서 실질적 투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 또한 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일각에선 8명의 후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 미 행정부가 새로운 후보를 물색하느라 선거 절차가 지연되는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