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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서 커피까지 내려준다”…코웨이 가세, 쿠쿠·청호와 ‘홈카페 전쟁’

정수기가 더 이상 물만 걸러주는 가전에 머물지 않고 있다. 얼음과 100℃ 끓인 물을 넘어 이제는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까지 직접 내려준다.

 

코웨이 제공
코웨이 제공

홈카페 수요가 커지면서 정수기 업체들이 커피머신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청호나이스와 쿠쿠가 먼저 커피 기능을 결합한 정수기를 내놓은 데 이어 국내 정수기 시장 선두권 업체인 코웨이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지난 1일 정수와 얼음은 물론 캡슐커피와 드립커피까지 한 제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카페 얼음정수기’를 출시했다. 기존 정수기에서 커피 기능을 단순히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종류의 캡슐과 분쇄원두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코웨이 카페 얼음정수기는 교체형 컨테이너 방식을 적용했다.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과 돌체구스토 호환 캡슐, 분쇄원두를 직접 넣는 커스텀 캡슐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전용 브루잉 파우셋을 끼우면 드립커피도 내릴 수 있다. 커피를 추출하기 전 낮은 압력의 물로 원두를 적시는 ‘프리인퓨전’과 에스프레소 추출 이후 물을 따로 더하는 ‘바이패스’ 기술도 적용했다.

 

한국커피협회와 협업해 원두 로스팅 정도와 용량에 따라 물의 온도와 양, 추출 시간을 자동 조절하는 브루잉 레시피도 만들었다. 사용자가 뜸들이기와 푸어링 횟수까지 조정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얼음 성능도 끌어올렸다. 하루 최대 약 5.1㎏, 약 580개의 얼음을 만들 수 있고 큰 얼음 9g과 작은 얼음 7g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얼음 생성부터 저장·출수 과정에는 6중 UV 살균 시스템을 적용했다. 전면에는 7인치 터치 LCD를 달았다.

 

결국 정수기 한 대에 정수기와 제빙기, 캡슐커피 머신, 드립커피 머신 역할까지 넣은 셈이다.

 

코웨이가 커피 기능을 정수기에 넣은 첫 업체는 아니다.

 

쿠쿠는 2023년 이미 드립커피 모듈을 장착한 ‘바리스타 정수기’를 내놓았다. 이어 2024년 5월에는 얼음정수기에 커피 브루잉 기능까지 결합한 ‘제로 100 슬림 바리스타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이 제품은 별도의 바리스타 드립 모듈을 장착하면 브루잉 모드로 전환된다. 총 18가지 커피 레시피 옵션을 제공해 원두와 취향에 맞춰 드립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얼음 기능도 강화했다. 12분대 쾌속 제빙으로 하루 약 600개의 얼음을 만들 수 있어 아이스커피를 자주 마시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실제 판매 반응도 나타났다. 쿠쿠에 따르면 제로 100 슬림 바리스타 얼음정수기는 출시된 2024년 5월과 비교해 같은 해 7월 판매량이 106% 늘었다. 6월 대비 7월 판매량도 27% 증가했다.

 

쿠쿠는 이후 커피 기능이 없는 일반 얼음정수기부터 100℃ 끓인 물, 드립 브루잉 등을 소비자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세분화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커피와 정수기를 결합한 시장에서는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도 ‘에스프레카페’ 브랜드를 통해 커피머신 얼음정수기를 판매하고 있다. 에스프레카페 550과 에스프레카페, 에스프레카페 NEW 700, 에스프레카페 슈퍼 등 여러 제품으로 라인업을 운영 중이다.

 

에스프레카페는 캡슐커피 추출 기능과 얼음·냉수·정수·온수 기능을 한 제품에 넣은 것이 특징이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뿐 아니라 차까지 한 기기에서 만들 수 있다.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청호나이스 제품은 회사가 공급하는 전용 커피 캡슐을 중심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제품 설명서에서도 전용 캡슐 사용을 안내하고 있다.

 

반면 코웨이는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 호환 캡슐에 분쇄원두용 커스텀 캡슐, 드립 방식까지 한 제품에서 지원하며 ‘선택의 폭’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정수기 업체들이 잇따라 커피와 얼음 기능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포화된 국내 정수기 시장이 있다.

 

단순한 정수 성능이나 필터 기술만으로 제품 차이를 만들기 어려워지면서 업체들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을 정수기에 하나씩 붙이고 있는 것이다.

 

100℃ 끓인 물이 대표적인 사례다. 쿠쿠가 2020년 100℃ 끓인 물 정수기를 선보인 이후 컵라면이나 차, 커피 등을 바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쿠쿠에 따르면 해당 제품군은 출시 이후 2024년 6월까지 누적 판매량 약 70만대를 기록했다.

 

다음 승부처가 얼음이었다. 사계절 아이스음료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얼음정수기도 여름용 가전에서 연중 사용하는 제품으로 바뀌었다. 쿠쿠의 얼음정수기 판매량은 2025년 2~4월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같은 해 5~7월 ‘제로 100 슬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SK매직도 2025년 ‘원코크 플러스 얼음물 정수기’를 내놓고 터치 한 번으로 얼음과 물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기능과 두 가지 얼음 모드, 끓인 물 등을 강화했다. 커피 기능을 직접 넣지는 않았지만 정수기 경쟁이 ‘정수 성능’에서 ‘음료를 얼마나 편하게 만들어주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수기 업체들의 경쟁 영역이 물에서 얼음, 끓인 물을 거쳐 커피까지 넓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주방 공간을 여러 대의 소형가전이 차지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올인원 제품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수기와 제빙기, 커피머신을 따로 놓는 대신 한 제품으로 합치면 공간을 줄이고 관리도 간편해지기 때문이다.

 

한때 필터와 정수 성능을 놓고 벌어졌던 정수기 업체들의 싸움이 이제는 “누가 집 안의 카페를 한 대에 담느냐”를 놓고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