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자 업무용 노트북에 저장된 핵심 사업 자료 1600여개를 무단 삭제하고 영업비밀을 외장하드로 빼돌린 60대 프로젝트 총괄 간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4단독 강영선판사는 전자기록 등 손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0대)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 회복 및 합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A씨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A씨는 2022년 3월부터 한 업체에서 인도네시아 폐기물 고형연료(RDF) 생산공장 건설 프로젝트 총괄 간부로 근무하던 중 2023년 2월 말 회사 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A씨는 귀국해 같은 해 4월 업무용 노트북을 반납하기 직전, 발주처 제출용 설계도면 등 핵심 자료 68개를 개인 외장하드로 무단 복사해 유출하고, 노트북에 저장된 업무 파일 1609개를 임의로 삭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삭제한 파일 중 일부는 개인 자료였고 퇴사 전 폴더와 파일을 정리했을 뿐 훼손 고의가 없었다”며 “유출 자료 역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접 작성한 문서라 할지라도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생성·보관된 파일은 회사가 지배·관리하는 엄연한 전자기록 자산”이라며 “취업 규칙상 직무 범위 내 작성 문서는 회사 소유로 명시돼 있음에도 사전 협의 없이 임의 삭제한 행위는 손괴의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무단 유출된 파일에 대해서도 “피해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확보한 자료로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핵심 자산인 업무 파일을 대량 삭제하고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범죄는 사회적 손실이 매우 크므로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 회사가 유·무형의 손해를 입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고령인 데다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범행의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