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국이 적자를 보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자국 금융 시장에서 기준금리 장기 동결에 이어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연준에 금리 인하를 재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대단한 고용지표가 방금 발표됐다”며 미국의 신용이 강해졌으니 세계 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어떤 나라들은 금리가 0.5%인데 우리는 4%”라며 “우리는 (금리가) 1%나 0.5%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고용지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8월 약 16만2000개의 비농업 일자리가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최근 5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이란 전쟁과 트럼프발 무역 전쟁 등 여러 충격에도 미국 고용 시장이 견조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우리가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며 “연방대법원은 어리석고 값비싼 관세 판결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할 절대적 권한이 있다’고 강력히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관세보다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글에서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캐나다, 유럽연합(EU), 멕시코 등을 언급했다. 그는 캐나다에 대해선 “우리가 캐나다와 무역을 전혀 하지 않으면 우리는 900억달러를 절약한다”고 주장하고, EU에 대해선 “우리는 EU에 연간 2000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그들과 무역을 하지 않으면 우린 잃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멕시코에 대해선 “우리는 연간 1950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 국가와 교역을 중단하면 미국이 적자를 보는 만큼 절약이 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지만 미국도 가격 인상은 물론 보복 조치에 따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실행에 옮긴다면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강력한 최후통첩”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고용 호조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연준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 임기 중에도 줄기차게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연준의 독립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임명 이후 한동안 연준 압박을 완화하고 독립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장기 금리 동결에 이어 금리 인상까지 예상되면서 압박을 재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최근의 경제적 혼란이 단기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물가를 장기적으로 끌어올릴 요인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금리를 동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와 달리 연준 내부에선 5년 넘게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까지 낮추는 데 실패한 상황에서 이르면 이달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지난주 연설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에 열린 입장을 보였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역시 노동통계국이 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발표한다면 자신은 금리 인상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OMC는 무엇보다 11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를 주의 깊게 볼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반면, 물가 상승세가 뚜렷하게 둔화할 경우 금리 동결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