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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지역 지정 땐 대규모 이주 불가피”… 수천명 살길 ‘막막’ [네팔 대홍수 현장을 가다]

도로 끊겨 파낸 진흙조차 못 옮겨
구호물품 전달할 인력도 태부족
집·재산 잃은 주민들 “갈 곳 없다”
물자 공급 어려워 물가 상승 우려

네팔의 상황 전형적인 ‘기후 난민’
전문가 “강변 마을 이주대책 시급”

李대통령 “佛서도 수색 등 챙길 것”

6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에선 수해를 입은 마을에 대한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건물의 2층 높이까지 들어찬 진흙을 굴삭기로 파내고 물자 공급을 위해 도르래를 설치하고 있었지만, 도로가 끊겨 파낸 흙조차 옮기지도 못하고 길가에 쌓아두는 형편이었다. 수해를 입은 곳들은 대부분 은행과 관공서, 학교가 있던 시장 마을이다. 시장 하나가 통째 휩쓸려 가면서 이곳에서는 여러 단체가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었지만, 물품을 전달할 인력이 부족하고 개인 또는 단체가 우회로를 통해 들어가서 집집마다 전달하고 있었다.

6일(현지시간) 네팔 바그마티 비두르 일대 대규모 홍수 피해 지역의 한 마을에서 건물이 유실되거나 토사물에 덮여 있다.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네팔 바그마티 비두르 일대 대규모 홍수 피해 지역의 한 마을에서 건물이 유실되거나 토사물에 덮여 있다. 연합뉴스

네팔 대홍수로 인한 이재민이 수천명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기후 난민’ 문제가 현지에서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대홍수로 5살 딸을 잃은 사비나 타망(24)은 “학교에 간 딸아이가 실종돼 아이를 찾기 위해 마을로 들어가 봤지만 학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이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며 “몇 년 후 아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학교도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 강가의 학교엔 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허공을 한참 바라보던 타망은 “이제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물었다.

현지인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정부가 앞으로 수해 지역을 위험 지역으로 설정해 이주를 진행할 텐데,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네팔 도착한 조현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카트만두=뉴스1
네팔 도착한 조현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카트만두=뉴스1

15살에 조혼했다는 서릿타 타망(30)은 산골짜기에 살았기 때문에 몰랐던 세상을 딸에게는 교육하고 싶어 빚을 내 강가로 이주했다고 했다. 그는 “친인척 10여명이 사라졌고, 집도 재산도 모든 것을 잃었다”며 눈물을 떨궜다.

참사가 티베트·네팔 국경에서 발생하면서 물자 공급이 어려워진 탓에 물가 상승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날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조차 여러 주민이 빨간 가스통을 든 채 가스 구입을 기다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네팔 교민 김나희씨는 “대지진 때도 기름과 가스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육로가 끊기면서 네팔 전역에서 자원 부족이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가 수해 지역을 위험 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조치에 나서면 빚을 진 채 떠돌아다녀야 하는 이재민이 수천명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목 네팔 한인회 부회장은 “시장 인근이라 높은 값을 치르고 터를 잡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정부가 집도 땅도 못 짓게 한다면 아무것도 없이 내쫓기는 형국”이라고 했다.

헬기 탑승하는 한국구조대 네팔·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 대홍수 발생 11일째인 6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에서 한국해외긴급구호대(KDRT)와 네팔구조대가 홍수로 침수된 지역으로 가기 위해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누와코트=AFP연합뉴스
헬기 탑승하는 한국구조대 네팔·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 대홍수 발생 11일째인 6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에서 한국해외긴급구호대(KDRT)와 네팔구조대가 홍수로 침수된 지역으로 가기 위해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누와코트=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네팔 상황이 전형적인 기후 난민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전 소장은 “강변을 따라 사는 마을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인프라나 주거지 이주를 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며 “대규모 빙하가 녹아내리고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 발생한 재난이어서 빙하가 있는 고산 지역에 터를 잡은 인도, 부탄, 티베트 등 지역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또다시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를 거듭하며 경남에서의 극심한 가뭄과 폭우 피해가 정도를 심화하며 반복되고 있다”며 “네팔에서와 같은 대규모 참사가 당장 없다고 ‘우리는 괜찮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국빈 방문 출국 직전 네팔 홍수 참사로 실종된 우리 국민 9명의 수색 상황을 챙겼다.

이 대통령은 엑스(X)에 “참사 발생 열흘이 넘도록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계실 가족분들 마음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고 무겁다”며 “우리 대사관과 신속대응팀은 네팔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아홉 분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 장관도 네팔을 먼저 방문해 현지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며 “저 역시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계속 상황을 보고받으며 필요한 조치를 챙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