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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수출 1조 달러 눈앞…“내수 침체 속 가파른 금리인상은 K양극화 고착화 우려” [한강로 경제브리핑]

올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인 7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사상 첫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관세청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시까지의 누적 수출액이 7094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수출액(7093억달러)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록을 117일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이는 3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다.

 

지난 8월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월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만과 흑자 격차 3.4%P로 축소

 

올해 수출실적이 3분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7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이 전체 수출 실적을 견인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올해 수출 실적이 1조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대만과의 경상수지 흑자 비율 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출 실적 신기록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 1월부터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최대 실적’ 경신을 이어갔고, 지난 6월에는 월간 수출 규모가 1020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폭발적 수요로 수출 자체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 수출 실적을 밀어올렸다. DDR5 16Gb가격은 지난 4월 35달러에서 8월 46.5달러로 30% 넘게 급등했다. 같은 기간 낸드 128Gb의 가격도 24.2달러에서 30.5달러로 치솟으며 전례없는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되는 컴퓨터 주변기기(262.2%)와 무선통신기기(28.1%)의 수출 실적이 오르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말까지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올해 수출실적은 사상 첫 1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12월 초쯤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을 전망했고,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수출 1조달러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 뛰겠다”고 했다. 연간 수출 실적 1조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 독일뿐이다. 

 

수출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올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집계한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8월 말 평균 16.0%로 7월 말(14.7%)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해외 IB들은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세와 장기 공급계약(LTA) 확대에 따라 수출 안정성이 높아져 반도체 중심의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달 사이 씨티가 경상수지 흑자 비율 전망치를 16.5%에서 18.2%로, 골드만삭스가 13.9%에서 18.7%로, 노무라가 15.7%에서 19.7%로 각각 상향했다. 한국의 경상 흑자율이 20%에 가까워지는 것은 국제수지 통계가 작성된 1980년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

 

TSMC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인 대만과의 격차도 좁혀질 전망이다. 주요 IB 6곳의 한국과 대만의 경상 흑자 비율 평균치는 각각 18.1%와 21.5%로 3.4%포인트 차이가 난다. 지난해 양국 격차가 10%포인트를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대폭 감소한 것이다. 

 

6일 서울 동대문구 한 전통시장에 닭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동대문구 한 전통시장에 닭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신용경색과 내수 침체 유발”

 

반도체 수출 호조로 한국 경제가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했지만 내수로 온기가 충분히 확산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금리를 빨리 올리면 ‘K자형 양극화’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일 ‘정책 과잉대응으로 인한 K 양극화 고착화 가능성을 살펴야 할 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최소 2027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8월 수출은 반도체에 힘입어 지난해 8월보다 68.7% 급증했다. 7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101.2)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104.2)의 흐름을 볼 때 경기 확장 국면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내수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2.4% 줄었고, 내구재 소비 증가율은 6월 10.3%에서 7월 4.1% 감소로 전환했다.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분기 -0.3%에서 2분기 -1.3%로 오히려 악화했다. 7월 청년실업률은 6.8%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연구원은 최근 소비 지표의 침체와 여전히 부진한 가계 실질소득이 ‘수출 호조 속 내수 침체’라는 K자 양극화를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와 가계부채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 지나치게 긴축적으로 운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고, 누적된 긴축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 신용경색과 내수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물가 안정을 통화정책에만 맡겨두지 않고, 관리 당국이 물가 상승 요인별 미시적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