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단순 쥐 난 줄 알았는데…”
자다가 다리를 쭉 뻗는 순간 종아리가 돌처럼 굳는다. 발끝까지 당기는 통증에 잠이 확 깨고, 몇 분간은 꼼짝도 못 할 만큼 아프다. 흔히 ‘쥐가 났다’고 부르는 야간 다리 경련이다.
대부분은 근육이 갑자기 수축했다가 스트레칭 한 번이면 금세 풀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통증이 가라앉았는데도 한쪽 다리만 유독 차갑거나 색이 달라지고, 감각이 둔하거나 힘이 빠진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럴 땐 ‘그냥 쥐 난 거겠지’ 하고 넘겨서는 안 된다.
살펴봐야 할 건 다리의 온도와 피부색, 감각, 근력 네 가지다. 여기에 한쪽 다리가 붓거나 갑자기 숨이 차는 증상까지 겹친다면 혈관이나 신경계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한쪽 다리 차갑고 창백하다면…급성 하지허혈 경고
갑자기 다리가 심하게 아프면서 한쪽 발이나 다리가 반대쪽보다 유난히 차갑고 하얗게 보인다면 주의해야 한다. 피떡 등이 다리로 가는 동맥을 막아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급성 하지허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다리 조직이 손상될 수 있어 빠른 진료가 필요한 응급 상황이다.
2024년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ACC/AHA) 말초동맥질환 가이드라인은 급성 하지허혈의 주요 증상으로 통증, 창백함, 냉감, 감각 이상, 마비를 꼽는다.
감각이 둔해지거나 발목과 발가락을 움직이기 어려워진다면 상태가 더 심해졌다는 신호다.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신경과 근육까지 영향을 받고 있을 수 있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시간도 변수다. 같은 가이드라인은 골격근이 허혈을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대략 4~6시간으로 설명한다. 실제 치료의 긴급성은 혈류가 얼마나 막혔는지, 감각과 근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증상이 심한 경우엔 즉각적인 혈류 회복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집에서 발등 맥박을 손으로 짚어보고 안심하는 것도 위험하다. 가이드라인은 이런 방식의 촉진이 부정확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의료진이 도플러 등 장비로 혈류 상태를 평가하도록 권고한다.
갑자기 생긴 통증이 아니라 걸을 때마다 종아리가 조이듯 아프고, 잠시 쉬면 괜찮아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다리 혈관이 좁아져 걸을 때 필요한 만큼 피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간헐적 파행’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핵심은 한쪽 다리에 갑작스러운 통증과 함께 차가움, 창백함, 감각 저하, 힘 빠짐이 나타나는지다. 이런 증상이 겹친다면 다리를 주무르며 지켜보기보다 곧바로 응급실에서 혈류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붓고 뜨거운 다리에 숨까지 찬다면…‘폐색전증’ 확인해야
동맥이 막힌 급성 하지허혈이 차갑고 창백한 다리로 나타난다면, 심부정맥혈전증(DVT)은 양상이 정반대다.
다리 깊은 정맥에 혈전이 생기면 한쪽 다리가 붓고 아프거나, 눌렀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 해당 부위가 따뜻해지고 피부가 붉어지거나 색이 달라지기도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시하는 DVT의 대표 증상들이다.
오래 움직이지 못했거나 수술·입원 치료를 받은 경우, 암을 앓고 있거나 과거 혈전증 이력이 있다면 위험이 높다. 장거리 비행이나 장시간 운전처럼 오래 앉아 있는 상황, 고령도 위험 요인에 해당한다.
더 조심해야 할 것은 이 혈전이 폐로 이동하는 폐색전증이다. 다리가 붓거나 아픈 상태에서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프거나,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다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기침에 피가 섞이거나 맥박이 빨라지는 것도 신호가 될 수 있다. 폐색전증은 DVT 증상이 전혀 없던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까다롭다.
올해 2월 발표된 2026년 ACC/AHA 다학회 급성 폐색전증 가이드라인도 이런 위험도 차이에 주목한다.
응급실에서 귀가해도 되는 저위험군부터 입원과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중증군까지 세분화했는데, 혈압이 떨어지거나 심폐 기능이 불안정한 중증 폐색전증은 즉각적인 치료를 요하는 응급 상황으로 분류된다.
◆경련 풀렸는데 발목에 힘이 없다면…근육 아닌 ‘신경’ 문제
일반적인 야간 다리 경련은 갑자기 근육이 단단하게 뭉치면서 심한 통증이 나타났다가 수초에서 수분 안에 풀리는 경우가 많다. 이후 하루이틀 뻐근함이 남을 수는 있지만, 힘이 계속 빠지거나 마비 증상이 이어지는 것은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경련이 끝난 뒤에도 발바닥이나 발가락 감각이 계속 둔하거나, 발목에 힘이 안 들어가 발을 끌며 걷게 된다면 신경계 문제를 확인해봐야 한다.
요추 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에 따른 신경 압박, 말초신경병증 등에서도 다리 저림과 감각 저하, 근력 약화가 나타날 수 있다. 야간 다리 경련을 다룬 연구들도 신경병증, 신경근병증, 요추관협착증을 감별이 필요한 신경계 질환으로 꼽는다.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뇌졸중이 다리에 쥐가 난 뒤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한쪽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같은 쪽 팔이나 얼굴까지 마비되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상대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면 단순한 다리 경련으로 봐선 안 된다. 뇌졸중 가능성을 의심하고 즉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
미국 CDC도 갑작스러운 한쪽 얼굴·팔·다리의 저림이나 힘 빠짐, 언어 장애를 대표적인 뇌졸중 증상으로 꼽는다. 이럴 땐 곧바로 응급 대응이 필요하다.
◆60세 이상 46%가 겪는다…마그네슘부터 찾을 일 아냐
야간이나 휴식 중 다리 경련 자체는 고령층에서 흔한 일이다. 국제학술지 ‘BMC Family Practice’(BMC Primary Care)에 실린 프랑스 연구는 25개 1차의료기관을 찾은 60세 이상 환자 516명을 조사했다.
보정 유병률은 46%. 전체 조사 대상의 31%는 경련 때문에 잠에서 깼고, 15%는 한 달에 3회 넘게 경련을 경험했다.
경련이 반복되면 마그네슘 부족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모든 야간 경련이 마그네슘으로 해결된다는 근거는 없다. 코크란이 2020년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은 임신 중 경련·간경변 환자를 포함해 11개 임상시험, 735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주로 고령층의 특발성 경련을 다룬 5개 시험(271명)에서, 연구진은 마그네슘 보충제가 경련 횟수나 강도를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줄인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약보다 먼저 시도해볼 만한 건 가벼운 스트레칭이다. ‘Journal of Physiotherapy’에 실린 무작위시험은 야간 다리 경련이 있는 55세 초과 성인 80명에게 6주 동안 잠들기 직전 종아리와 허벅지 뒤쪽을 스트레칭하게 했다. 스트레칭한 집단은 그러지 않은 집단보다 경련 빈도와 통증 감소 폭이 뚜렷하게 컸다.
실제로 쥐가 났을 땐 수축한 근육을 천천히 늘려주는 게 기본이다. 종아리 경련이라면 무릎을 편 채 발끝을 몸 쪽으로 천천히 당겨 근육을 늘려주면 된다.
더 중요한 건 경련이 풀린 다음이다. 다리 색과 온도가 평소대로 돌아오고 감각과 힘도 정상이라면 흔한 야간 경련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한쪽 다리만 갑자기 차갑고 창백해지거나 붓고 뜨거워지고, 감각이 둔해지거나 힘까지 빠진다면 단순한 ‘쥐’로 넘겨선 안 된다. 새벽에 종아리가 굳었던 순간보다, 통증이 풀린 뒤에도 이런 이상 신호가 남아 있는지를 더 유심히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