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에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묵으로 전시됐던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 동명이인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작품으로 판명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검증을 거친 결과 해당 작품은 친일파 박중양이 일본 유학 시절 사용한 다른 이름인 ‘박원근’을 사용해 남긴 작품으로 판단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박물관은 이 작품을 충북 보은 출신 박원근 지사의 유묵으로 소개했다. 이후 이 사실을 접한 유족이 전시실에서 무릎을 꿇고 흐느껴 우는 모습이 공개돼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개막 한 달여만인 지난달 10일 ‘박원근’은 박중양이 과거에 쓰던 이름이라는 제보가 들어오며 논란이 일었고 이틀 뒤 해당 작품은 전시에서 철거됐다.
이에 박물관 측이 서예, 고문헌, 근현대사, 보존과학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분야별 교차 검증을 진행한 결과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반시국은’에 쓰인 행서체, 두인(頭印), 자호인(字號印) 등을 고려할 때 서예를 어느 정도 익힌 인물의 작품으로 보인다”며 “해당 작품과 박중양의 필적을 대조한 결과 획 처리 방식에 유사한 특징이 확인돼 박중양의 필적으로 판단해도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유묵에 등장하는 ‘한인(韓人)’이라는 표현은 주로 일본인 앞에서 유학생이나 방문자들이 쓰던 용어로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 박중양과 달리 일본에 머문 기록이 없는 박원근 지사의 삶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헌 고증에서는 박중양이 다른 이름을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밀양박씨규정공파 족보’, ‘술회’, ‘대한제국관원이력서’ 등을 분석한 결과 박중양은 일본 유학 시기까지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쓰다 1903년 귀국 무렵부터 ‘박중양’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박원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일본 유학 시절에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휘호를 팔아 경비를 충당했다는 기록도 파악됐다.
이 밖에도 ‘일반시국은’에 쓰인 장황 양식 또한 근대 일본식 표구에 자주 쓰인 방식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애국지사 박원근 유가족께 조사 경우와 결과를 설명하고 거듭 사과드릴 예정”이라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시품 및 전시내용에 대한 사전 검증을 강화하고 근현대사 분야 내외부 전문가들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아버지의 유품으로 알고 마음을 다해 관람해 주신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며 “전시품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