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평화 네트워크의 경험과 지혜가 향한 중요한 현장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였다. 한반도의 분단은 남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의 이해가 얽힌 국제적 문제다. 북핵과 군사적 긴장, 경제제재와 인권, 이산가족과 문화적 단절 등 여러 과제가 중첩돼 있어 정부 간 협상만으로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싱크탱크 2022’ 출범… 반기문 전 총장이 위원장
한학자 총재는 세계 지도자와 전문가들의 지혜를 한반도 문제에 모으기 위해 2021년 ‘싱크탱크 2022’를 출범시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았으며 전·현직 정상과 정치·외교·안보 전문가, 종교·경제·학술·언론·문화예술 지도자들이 참여해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 방안을 모색했다.
논의는 비핵화와 외교안보에 국한되지 않았다. 비무장지대 유엔평화공원 조성, 남북 경제협력과 금강산 개발, 이산가족 상봉, 보건의료와 식량안보, 문화·스포츠 교류, 한일해저터널 등 사회·경제·문화 분야까지 포괄했다. 한반도 평화를 전쟁이 없는 상태를 넘어 남북 주민이 함께 살아갈 사회적 기반과 공동번영의 조건을 만드는 과정으로 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2022년 2월 서울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서밋’으로 이어졌다. 천주평화연합(UPF)과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주최하고 훈센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남북한 가운데 한쪽 이상과 외교관계를 맺은 157개국을 포함해 약 160개국이 참여했으며, 70개국의 세계 지도자 85명이 참석하거나 영상으로 의견을 전했다.
한반도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국가의 지도자들까지 참여한 것은 한반도 평화를 남북과 주변 강대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공동의 과제로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전쟁과 내전, 분단과 갈등을 경험한 각국 지도자들은 자국의 경험을 토대로 화해와 신뢰 구축, 국가 재건의 지혜를 공유했다. 한 총재는 이를 한반도에 연결해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시아 안정과 세계평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접근에는 한 총재가 강조해 온 민간외교의 특징이 담겨 있다. 정치적 입장이나 종교적 배경이 다른 지도자를 적과 동지로 나누기보다 공동의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할 인류 가족으로 바라보고, 서로의 경험과 고통을 들으며 대화의 공간을 넓혀 가는 방식이다. 이는 갈등하는 구성원을 포기하지 않고 대화의 자리로 불러 모으며 약자의 생명과 미래까지 책임지려는 한 총재의 ‘모성적 리더십’과도 맞닿아 있다.
물론 민간 차원의 글로벌 거버넌스가 조약을 체결하거나 법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정상회의와 지도자 네트워크만으로 국가 간 이해충돌이나 전쟁을 해결할 수도 없다. 한반도 평화 역시 남북 당사자와 주변국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적 네트워크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세계평화 모색
그럼에도 민간 외교는 공식 외교가 멈춘 순간에도 대화의 통로를 완전히 닫지 않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 간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종교와 학술, 문화와 경제, 전직 지도자와 시민사회의 교류가 이어진다면 다시 대화를 시작할 신뢰의 자산이 남는다.
2005년 천주평화연합 창설에서 시작해 정상과 국회의원, 종교인과 학자, 언론인과 경제인, 여성과 청년으로 확장된 평화 네트워크는 결국 하나의 질문을 향해 있다. 국가와 종교, 인종과 이념의 경계를 넘어 인류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이냐는 물음이다. 세계의 다양한 지도자를 만나게 하고 그 만남을 지속적인 관계와 협력으로 발전시켜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모색하는 것, 그것이 한 총재가 구축해 온 글로벌 거버넌스가 지향해 온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