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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으로 확장된 쇼트폼 드라마… 투박해도 푸근한 아버지의 초상

정진영 주연 ‘아버지의 밥상’

“스마트폰 안의 이야기가 극장으로 간 것 자체가 신기한 기적이죠.”

배우 정진영(62)이 쇼트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연출 이준익·사진)으로 극장 관객을 만난다. 애초 극장 상영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쇼트폼 드라마가 극장의 큰 화면에서 개봉하는 것을 두고 그는 “기적”이라고 말했다. 러닝타임 2∼3분가량의 에피소드 61개를 모으니 상영 시간은 2시간26분이다. 스마트폰 세로 화면에 맞춰 만든 작품을 가로로 긴 극장 스크린에서 보니, 세로 화면은 한가운데 놓이고 양옆은 검은 여백으로 채워진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정진영과 이정은의 호연에 이내 화면의 낯섦은 잊힌다. 쇼트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은 9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다.

정진영에게 이 작품은 쇼트폼이라는 새로운 형식에 도전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4일 서울 성동구 레진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그는 “지금 이 시점 대표작을 꼽으라면 ‘아버지의 집밥’이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영화 ‘왕의 남자’(2005), ‘7번방의 선물’(2013), ‘국제시장’(2014) 등 굵직한 흥행작을 거친 배우가 첫 쇼트드라마를 대표작으로 꼽은 것이다.

이유를 묻자 그는 자신의 작품을 볼 때 느끼는 불편함부터 이야기했다. 그는 “평소에는 내 작품을 보는 것을 낯설어하는데, 내 모습을 왜곡된 거울로 보는 듯한 불편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집밥’은 여러 번 봤는데도 불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투명하게 감정이 교류되는 것 같아요.”

작품은 고리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가족 드라마다. 결혼 40년 차 부부 하응(정진영)과 순애(이정은)가 주인공. 평생 가족의 밥상을 책임져 온 순애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요리하는 법을 잊는다.

하응은 구두 수선공으로 평생 가족을 먹여 살린 가장이다.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가족을 위해 일한 당연한 보상처럼 여기고, 반찬을 독한 말로 평가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상을 엎기도 한다. 정진영은 그를 “특별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우리 옆에 있는 뻔한 아버지”라고 했다. 오래된 부부의 이야기는 밥 한 끼를 매개로 코믹함과 뭉클함을 오간다. 그는 어느덧 데뷔 40년을 눈앞에 둔 배우이며 ‘사라진 시간’(2020)으로 데뷔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늘 새로운 길을 모색해 온 그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수식어가 아니다. “‘저 사람은 자기 것이 있네’라는 말을 듣는다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