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 김 후보자 개인을 넘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인사들로 번지고 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김 후보자의 식품의약품안전처 민원 전달 정황과 브로커 양모씨와의 통화 녹취, 후원금 논의 등을 잇달아 공개한 데 이어 7일에는 양씨와 제넨셀 설립자 강모씨가 다른 민주당 인사들을 언급한 문자메시지를 추가로 공개했다. 김 후보자는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반박했고, 민주당은 ‘네거티브 전담 대응팀’을 꾸렸다.
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오빠들’이 더 나온다. 오빠 독약로비 게이트는 ‘민주당 오빠들 게이트’였다”며 2021년 10월8일 강씨와 양씨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강씨가 “19일 이전에 IND(임상시험계획) 승인 나야 하는데. 의원님 잠깐 시간 되실 때 찾아뵙자”고 하자 양씨는 “내일 최 의원님 우리 사무실 와요”, “지금 승원옵은 국감 때문에 끝나야 한다는데 제가 최 의원님 조를게요”라고 답했다. 해당 ‘최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민주당 대표 특보단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씨는 이어 “송영길 의원은 여우라서 돈 줘야 움직여요”라고 했다. 강씨는 다시 “최 의원님 뵈면 화요일 식약처 보완요청 서류 다 제출 완료하니 그 주에 승인 좀 해달라고 부탁해줘”라고 했다.
양씨는 같은 대화에서 “오전에 승원오빠에게 설명은 했어요”라며 “10억 예상하나 안 될 수도 있어서 8억 정도 투자되지 않을까 하는 말로 저도 기회 되는 거라고 숫자 말한 건 승원오빠밖에 없어요”라고 했다. 한 의원은 이를 근거로 김 후보자 외 민주당 인사들이 양씨의 로비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송영길 의원은 즉각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과시성 진술”이라며 “일방적 대화의 일부를 선별적으로 공개해 저의 명예를 훼손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을 향해서는 “흥신소 직원이나 브로커 같은 후진 정치를 청산하기 바란다”며 수사자료 입수 경위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 의원은 이날 오후 양씨와 최재성 특보단장 간 녹취록도 추가로 공개했다. 녹취에는 양씨가 김 후보자에게 제넨셀의 식약처 임상 승인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했고, 승인이 이뤄질 경우 제넨셀 측이 8억~1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씨가 김 후보자가 강씨에게 주의를 당부한 정황을 설명하자 최 특보단장이 “좋은 마음, 좋은 마음으로 했지”라고 답하는 대목도 포함됐다.
◆‘공익 민원’ VS ‘로비’… 녹취 정면 충돌
이번 의혹은 한 의원이 김 후보자가 2021년 당시 김강립 식약처장에게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관련 민원을 전달한 정황을 공개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한 의원은 김 후보자와 양씨 사이의 문자와 통화 녹취를 연일 공개했다. 양씨가 식약처 심사 진행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하고, 김 후보자가 김 전 처장에게 연락한 뒤 “확인해서 나한테 다시 보고를 해주신다고 하니까 한번 기다려보라”고 말한 대목 등이 포함됐다. 한 의원은 임상시험 승인 전후 제넨셀 측의 정치후원금 제공 논의가 있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후원금은 실제 전달되지는 않았다.
검찰이 2024년 김 후보자를 조사한 뒤 징역 8개월 구형을 검토했다는 취지의 수사자료도 제시하며 “누가, 왜 김승원 기소와 징역형 구형을 막았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2024년 12월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출근길에서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는 점은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부정한 청탁을 한 적 없고, 그로 인해 식약처 심사가 공정하게 안 이뤄진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전 처장과도 “전화 딱 한 번 했고 당일 문자를 주고받은 게 다”라며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
양씨와의 친분은 인정했다. 김 후보자는 “법조인이 잘 가는 음식점에서 손님으로 알게 됐다. 이후 별다른 교류가 없다가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게 됐다”며 “친한 후배로 지내온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당시 김 후보자가 양씨를 변호한 사건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양씨는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을 운영하며 직원 3명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2011년 기소됐다. 양씨는 1심에서 벌금 7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고 항소했으며, 2심 판결문에는 해당 주점이 ‘바텐더로 불리는 유흥접객원들이 테이블을 옮겨가며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시는 로테이션 빠’로 기재됐다.
기소유예 과정에 외압이 작용했다는 주장에는 “기소유예 당시 윤석열 정권이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 심우정 검찰총장 체제였다”며 “어떻게 민주당 초선 의원에 불과한 제가 검찰에 압력을 가해 기소유예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의원에게는 녹취와 수사자료 입수 경위와 원본 일치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하며 “수사자료 유출이야말로 형사처벌감”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저를 김승원 청문회의 청문위원으로 선임해달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전담팀’… 국힘 “쥐약 게이트”
민주당도 당 차원의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에게 “본인이 신속히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문했다. 지도부는 한민수·전용기 최고위원과 조계원 대변인, 법사위원인 김동아 의원, 청문회 준비팀 등이 참여하는 전담 대응팀을 꾸리기로 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의겸 의원은 “윤석열정부, 한동훈 장관 때 혈안이 돼 탈탈 털었던 사건”이라며 “국회 청문회보다 100배, 1000배 더 강한 검찰청문회를 통과했다. 한동훈 사단이 이미 미리 검증해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의 녹취 공개 방식에는 “발췌·왜곡·편집”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의혹을 ‘쥐약 게이트’로 규정하며 후보자 지명 철회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실험용 쥐가 먹고 죽은 약을 은폐한 업체를 국회의원이 ‘오빠’ 한마디에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했고, 김민수 최고위원은 전면 재수사와 필요할 경우 국정조사·특검까지 거론했다. 장동혁 대표는 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는 물론 “이번 개각 자체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관련 고발 사건을 배당하고 재수사 가능성 검토에 들어갔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김 후보자 관련 고발장 2건을 접수했다며 “배당받은 곳도 하겠지만 서울청에서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 사건은 2024년 12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만큼 경찰은 재수사가 가능한지 법리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 제넨셀 투자사인 세종메디칼의 주주연대는 강씨의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서부지법과 서울고법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