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태현이 서울 강남 노른자위 땅에 74억원짜리 건물을 통째로 매입하고도 사무실 안을 온통 남의 선물로 채워 넣은 사연이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눈부신 자산가 타이틀보다 더 시선을 붙잡는 건 그 공간 구석구석에 묻어나는 발품과 인맥의 흔적이다.
최근 전파를 탄 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서진과 김광규는 차태현이 공동 대표로 있는 소속사 사무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널찍하고 쾌적한 내부 풍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졌다. 공간을 둘러보던 이서진이 슬쩍 건네듯 물었다. 네 건물 맞냐는 질문이었다. 차태현은 머쓱한 듯 웃으며 윗층만 우리가 쓴다고 담백하게 답했다.
앞서 차태현은 2024년 9월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한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 규모의 다가구 주택을 74억원에 사들였다. 20년 이상 서로를 신뢰해온 절친한 동료 조인성과 손을 잡고 꾸린 소속사 베이스캠프 컴퍼니의 둥지였다. 등산이나 탐험을 떠날 때 반드시 필요한 준비 공간인 베이스캠프처럼, 후배들과 동료들이 언제든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든든한 기지를 만들겠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현재 이 사무실이 속한 소속사에는 공동 대표인 차태현과 조인성을 비롯해 배우 임주환, 진기주 같은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몸담고 있다. 가로수길 인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공실 걱정이 판을 치는 각박한 시국에 건물을 통째로 손에 쥔 건물주가 된 셈이다. 하지만 거액의 부동산 자산을 굴리는 진짜 주인의 행보는 대중이 흔히 상상하는 모습과 궤를 달리했다.
사무실 안을 채운 물건들은 백화점 명품 가구나 번지르르한 인테리어 소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만히 살펴보면 하나같이 누군가의 손때와 마음이 묻어나는 물건들뿐이었다. 김광규가 의자에 앉아 눈여겨보며 비싸 보인다고 감탄하자 차태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밀을 털어놨다. 사무실에 있는 가구 대부분이 남들이 사준 것이라는 고백이었다.
내막은 이랬다. 사무실을 열 때 주변에서 화환이나 시들어버릴 축하 난을 보낸다고 하기에 차태현은 질색하며 사양했다. 형식적인 치장 대신 차라리 꼭 필요한 살림살이나 하나씩 보태달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졌던 것이다. 그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동료들이 발 벗고 나서서 사무실 구색을 맞추기 시작했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배우 박보영은 정성을 꾹꾹 눌러 담아 직접 종이로 만든 사장 명패를 만들어 건넸다. 방송가 최고의 마당발답게 선후배들의 화끈한 물량 공세도 이어졌다. 유재석은 큼직한 테이블을 통 크게 선물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다. 웹툰 작가 강풀은 의자를 넣어주었고 배우 윤경호는 묵직한 테이블을 선물했다. 여기에 김준호와 김종민까지 각각 의자를 보태며 공간을 채웠다. 심지어 염정아의 남편이 선물한 TV와 스피커까지 자리 잡으면서 이 공간은 명실상부한 연예계 황금 인맥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남들이 보기에는 억 소리 나는 건물의 사장실이지만 알고 보면 수십 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쌓아 올린 관계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처럼 연예계를 지탱하는 힘은 화려한 명성이 아니라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랜 의리였다. 사무실을 채운 지인들의 온기뿐만 아니라 실제 방송 화면 속 대화에서도 이러한 끈끈함은 자연스럽게 배어났다. 앞서 테이블을 선물한 유재석의 이름이 언급되자 김광규가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옆에 있던 이서진은 “가서 큰절이라도 올리고 오라”며 툭 던지는 농담으로 박장대소를 유발했다. 겉으로는 무심하게 던지는 농담처럼 보이지만, 수십 년 세월 동안 서로의 바닥과 꼭대기를 지켜봐 온 이들 사이의 깊은 유대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차태현은 1995년 데뷔한 이래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과 라디오 주파수까지 대중문화계의 전 영역을 휩쓸어왔다. 대한민국에서 그처럼 모든 판을 두루 거치며 대중의 호감을 한 몸에 받아온 엔터테이너도 드물다. 젊은 날의 찬란했던 전성기를 지나 이제는 74억원짜리 건물의 주인이 되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허세나 거드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건물주라는 타이틀이 주는 차가운 자본의 냄새 대신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은 온기 가득한 선물들로 집무실을 채워 둔 선택은 그래서 더 진한 여운을 남긴다. 수백억 자산가들의 번지르르한 랜선 집들이가 피로감을 주는 요즘, 동료들이 보내준 낡은 의자와 책상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그의 얼굴에는 삶의 연륜이 배어 있었다.
소탈한 태도 뒤편에서 사람 냄새를 잃지 않는 모습, 74억원짜리 건물보다 더 비싸고 단단한 진짜 보물은 결국 그가 평생 동안 성실하게 쌓아 올린 사람들과의 마음 깊은 인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