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보안한림원 강기중 회장(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은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의 국회 처리가 시급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림원은 국가정보원의 제안으로 산업계·법조계의 산업보안 권위자들이 모여 국가핵심기술 보호 방안 등을 연구하는 단체다.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5대 그룹을 비롯한 다수 기업이 한림원 회원이다.
특허법원 판사와 삼성전자 지식재산권(IP) 법무팀장(부사장)을 지내 누구보다 기술 유출의 심각성을 잘 아는 강 회장은 산업스파이법이 입법화하면 “기술탈취범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기술탈취범의 이직을 받아준 외국기업도 우리의 산업스파이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를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산업스파이법이 필요한 이유는.
“형법 98조(간첩법) 개정안의 적용 범위가 ‘적국’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됐지만 ‘외국 법인’을 위해 기술 유출을 한 간첩은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산업스파이법을 한림원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발의된 산업스파이법 구성을 평가한다면.
“심각한 산업스파이 문제에 있어 예방·적발·수사·재판 등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려는 데 100% 동의한다. 기술 유출 행위를 단순 개인이나 기업의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안보 사범으로 규정하고 ‘경제간첩죄’, ‘경제이적죄’, ‘일반경제이적죄’ 체계를 마련해 불법성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게 하려는 데도 100% 동의한다. 범죄수익 환수에도 100% 동의한다.”
―기존의 관련 법률로는 부족한가.
“산업기술보호법은 산업기술 육성의 측면이 강하다. 현재의 산업스파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기업 간의 경쟁을 공정하게 하라는 취지다. 부정경쟁으로 인해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둔 법이 전혀 아니다. 기존 법들은 산업스파이 처벌에 있어 당연히 부족한 점이 있다.”
―기술 유출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 뒤 인력을 채용하거나, 한국 기업을 통째 인수해 인력을 흡수하는 식이다. 마치 한국 기업인 것처럼 외양을 갖춘 뒤 외국기업이 그 뒤에 숨어있는 형태다. 통신기기나 군용 보안장비에 해킹용 부품을 심어 정보를 유출하려는 시도도 있다. 종이에 베껴 쓰거나 카메라로 도면을 촬영하는 식의 기술 유출도 있었다.”
―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는.
“기술을 털어간 회사가 우리 기업들의 시장을 확보해 돈을 번다. 기술을 훔쳐가 시장에서 커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한국 기업의 어려움이 국가경제와 경제안보 악화로 이어진다.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
―산업스파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하는 이유는.
“기술은 한 번 유출되면 되찾아올 수 없다. 디지털 정보 특성상 부동산과 달리 나와 상대방이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으로도 누군가가 쓰는 걸 100% 막지 못한다. 유출된 정보의 가치는 이미 누군가 알고 활용한다. 처벌 강화는 피해 기업의 사후적 구제보다 추가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도둑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훔치지 못하게 겁이라도 줄 법이 있으면 좋겠다.”
―산업통상부가 기술유출 사범 수사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관을 운영해야 한다는 일부 견해도 있더라.
“그럼 수사 관할이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신속한 수사와 기소로 사안이 일단락돼야 하는데, 조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상대방 기업은 훔쳐간 기술로 계속 물건을 만들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상황을 방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 입법 논의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점은.
“박 의원의 법안 자체가 깔끔하다. 이 법이 절실한 기업들과 학계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면 법이 더 좋은 모양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관련 기사>
▲민주당 박균택 의원 “첨단기술 유출, 국가안보 범죄로 다뤄야”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823508270
▲“첨단기술 보호 필요 절박”…산업스파이법 발의한 박균택 의원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824502958
▲[산업스파이법, 왜 필요한가] 릴레이 인터뷰(1) 이동근 경총 부회장 “기술 유출, 국가경쟁력 위협… 주요국처럼 경제안보 법안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