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잔을 벗어나 케이크와 라떼, 아이스크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주류 특유의 맛과 향을 디저트에 접목하거나 인기 디저트의 맛을 술로 구현하는 협업이 이어지면서 식품과 주류의 경계도 빠르게 흐려지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도자 브랜드 ‘광주요’, 증류식 소주 브랜드 ‘화요’와 손잡고 한정판 ‘광주요|화요|TWOSOME 케이크’를 출시한다.
이번 제품은 광주요의 대표 도자기 ‘소리잔’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외관이 특징이다. 선물상자에 담긴 소리잔을 입체적인 몰드 케이크로 구현하고 표면에는 광주요 특유의 목단문 무늬를 새겼다.
맛의 중심에는 화요가 있다. 고도주인 ‘화요53’을 활용한 초콜릿·레몬 무스에 ‘화요17’ 젤리를 조합했다. 화요에 레몬 한 조각을 띄워 마시는 방식에서 착안해 증류식 소주의 묵직한 풍미에 상큼함을 더했다.
사전 예약은 오는 16일까지 투썸하트 앱에서 진행한다. 예약 고객은 15일부터 30일까지 지정한 날짜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주류가 실제 들어간 제품인 만큼 픽업이나 현장 구매 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 확인이 필요하다.
투썸의 주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을 시작으로 2024년 ‘조니워커’, 지난해에는 코냑 브랜드 ‘헤네시’와 협업한 케이크를 잇달아 내놨다. 조니워커 블루라벨·블랙라벨 케이크는 사전 예약 단계에서 완판됐고, 헤네시를 활용한 케이크도 뒤를 이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헤네시 X.O 케이크’는 헤네시 X.O 병을 형상화한 초콜릿 장식을 올리고 코냑 시럽에 숙성한 건과일과 시나몬 파운드, 바닐라 크림, 초콜릿 무스를 층층이 쌓았다. 100% 사전 예약 방식으로 판매됐다.
흥미로운 점은 남성 소비자의 유입이다. 당시 투썸에 따르면 헤네시 V.S.O.P 케이크 사전 예약 고객 가운데 남성이 약 65%를 차지했다. 앞서 조니워커 블랙라벨 케이크 역시 남성 예약 비중이 약 45%였다. 전통적으로 여성 고객 비중이 높은 케이크 시장에 위스키와 코냑이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들인 셈이다.
이번에는 서양 주류 대신 한국 도자기와 증류식 소주를 선택했다. 추석을 겨냥해 ‘한국적인 프리미엄’으로 협업 범위를 넓힌 것이다.
주류와 디저트의 결합은 다른 식품업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지난해 8월 디저트 카페 프랜차이즈 디저트39와 손잡고 대표 제품 ‘느린마을 막걸리’를 활용한 음료 3종을 내놨다.
‘느린마을 에이드’와 ‘느린마을 크림라떼’, ‘느린마을 딸기라떼’다. 실제 느린마을 막걸리를 원료로 사용하면서 알코올은 제거해 막걸리 특유의 쌀 풍미와 발효 맛을 디저트 음료로 옮겼다. 술을 못 마시는 소비자도 막걸리의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영역을 넓힌 사례다.
반대로 디저트의 맛을 술로 가져온 사례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2022년 빙그레와 협업해 ‘이슬톡톡 캔디바’를 한정 출시했다. 과일탄산주 이슬톡톡에 빙그레 아이스크림 ‘캔디바’ 특유의 소다 맛을 구현한 제품이다.
이듬해에는 해태아이스크림의 ‘폴라포’와 손잡고 ‘이슬톡톡 폴라포’를 내놨다. 알코올 도수 3도의 이슬톡톡에 폴라포의 포도 맛을 입혔고, 일부 대학가에서는 실제 폴라포 아이스크림을 넣어 마시는 방식까지 제안했다.
하이트진로는 이후 사업보고서에서도 이슬톡톡 캔디바와 폴라포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통해 젊은 소비자층과 접점을 넓히는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최근 협업의 초점은 단순히 유명 브랜드 로고를 제품에 붙이는 데서 벗어나고 있다. 술의 향과 맛을 케이크나 음료에 옮기고, 반대로 익숙한 아이스크림과 디저트의 맛을 술에 입히는 식이다.
술은 더 이상 술잔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케이크를 고르는 소비자에게는 색다른 ‘어른 디저트’가 되고, 주류 업체에는 기존 음주층 밖의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다.

